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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NBA '최고 별'이 된 그리스 불법이민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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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토쿤보, 정규리그 MVP로… 키 211㎝ 다재다능한 괴물체력

2007년 독일 노비츠키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유럽 선수로 영예

'괴인'이라 불리는 사나이는 손으로 연신 눈가를 훔쳤다.

"이 자리에 서게 해 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싸워준 동료들, 매일 농구를 가르쳐 준 코칭스태프, 나를 믿고 뽑아준 구단주와 늘 응원해준 밀워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 국민께도 감사합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다 2017년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를 하며 끝내 눈물을 터뜨린 그를 향해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오늘 NBA(미 프로농구)의 별이 됐다. 나이지리아계 그리스 농구 선수 야니스 아데토쿤보(25·밀워키 벅스)다.

아데토쿤보는 25일(한국 시각) 2018-2019 시즌 NBA 정규 리그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941점을 얻어 전 시즌 MVP 수상자인 휴스턴 로키츠 제임스 하든(776점),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폴 조지(356점)를 제쳤다. 아데토쿤보는 2007년 독일 디르크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유럽인 MVP가 됐다. 벅스 소속으로도 카림 압둘자바(1971·1972· 1974)에 이어 두 번째 MVP 수상이다.

조선일보

‘왕손 괴인’의 눈물 - 2018-2019 시즌 NBA MVP에 선정된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25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NBA 시상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수상 소감을 말하는 모습. 그는 2017년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 아버지, 현장에서 지켜본 어머니와 형제들에 대해 언급할 때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왼쪽 위 사진은 MVP 트로피(모리스 포돌로프 트로피)를 든 아데토쿤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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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토쿤보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리스 거리를 배회하던 불법 이민 청소년이었다. 노점상에서 선글라스, 시계 등을 팔며 생활하다 뛰어난 신체 조건이 눈에 띄어 지역 농구 클럽에 들어갔다. 2012년 그리스 2부 리그에서 성인 무대에 데뷔했고, 청소년 대표로도 뽑혔다. 이때 활약으로 NBA의 주목을 받아 2013-2014 시즌 드래프트에서 벅스에 지명됐다.

키 211㎝, 몸무게 110㎏이라는 괴물 같은 신체 조건에 성실함까지 갖춘 그는 무섭게 성장했다. 그는 데뷔 시즌부터 포워드와 가드 역할을 모두 맡았고 곧 어린 나이에도 다재다능함을 갖춘 리더로 떠올랐다. '그리스 괴인(Greek Freak)'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올 시즌엔 72경기에 출전해 평균 27.7점, 12.5리바운드, 5.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세 부문 모두 개인 한 시즌 최고 성적이다. 벅스는 시즌 60승22패로 NBA 전체 승률 1위(0.732)를 달성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토론토 랩터스에 패해 동부 콘퍼런스 준우승에 그쳤지만 정규리그만큼은 아데토쿤보 천하였다.

자국 선수의 MVP 수상 소식에 그리스 언론은 '그리스 신이 NBA 최고 자리에 올랐다'(타 네아) '아데토쿤보가 역사를 썼다'(카티메리니)며 흥분했다. 연고지인 밀워키의 프로야구팀 브루어스는 '밀워키는 MVP의 도시'라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브루어스 타자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였다. 밀워키 인근 도시 그린베이의 프로풋볼(NFL) 팀 패커스 소속 수퍼 스타 애런 로저스도 '밀워키와 우리 주(위스콘신)를 대표하는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고 축하 대열에 합류했다.

아데토쿤보는 수상 이후 LA 레이커스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은퇴)에게 특별히 감사를 전했다. 일찌감치 아데토쿤보의 재능을 알아본 코비는 2017년 "MVP에 도전하라"고 아데토쿤보를 자극했고, 아데토쿤보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2년 만에 응답을 받은 코비는 25일 트위터에 축하 인사와 함께 새 도전 과제도 제시했다. 'Championship', NBA 우승이다. 아데토쿤보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눈물의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MVP 수상은)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붓겠습니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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