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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도로 위 악동 vs 도로 위 혁신… 전동 킥보드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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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유경제 서비스로 부상

시속 25㎞ 이하는 면허 없이 타고 자전거도로 주행도 허용 추진

조선일보

헬멧도 안쓰고… - 지난 24일 한 시민이 헬멧을 쓰지 않고 전동 킥보드를 몰며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전동 킥보드 이용자는 도로교통법상 헬멧을 반드시 써야 한다. /김연정 객원기자


지난 24일 정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수십 대의 전동 킥보드가 도로는 물론 인도에서도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킥보드에 보행자들이 얼어붙었다. 한 킥보드가 차도에서 역주행하자 마주 오던 택시가 브레이크를 밟으며 경적을 울렸다. 규정상 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하지만 이날 홍대 앞을 지나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 중 헬멧이나 보호대를 착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동 킥보드를 타는 사람이 늘면서 이 신종 '탈것'에 대한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전동 킥보드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오토바이)'다. 오직 차도에서만 주행할 수 있고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나 자동차 운전면허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면허 없이 아무나 전동 킥보드를 빌려 놀이 기구처럼 타고 다닌다. 해외에서 성업하는 전동 킥보드 공유 업체가 최근 한국에도 상륙하면서, 스마트폰 앱만 있으면 손쉽게 빌려 탈 수 있게 됐다. 국내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는 20여 곳에 달한다. 도로가 아닌 곳에서 킥보드를 타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지만 단속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보다) 계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업체들은 "전동 킥보드 같은 개인 이동 수단(Personal Mobility)이 차량에 집중된 교통량을 분산시켜 교통 혼잡과 대기오염을 줄여준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자동차 교통량의 46%가 3마일(약 4.8㎞) 이하 단거리 운행으로, 이를 전동 킥보드가 대체하면 그만큼 차량 이용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도 전동 킥보드 같은 개인 이동 수단의 활성화가 세계적인 추세고, 이른바 공유 경제의 신종 서비스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지난 3월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시속 25㎞ 이하 전동 킥보드에 대해 면허를 면제하고 자전거 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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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선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교통 문화에 맞지 않고, 이용자의 인식 수준도 낮다는 것이다. 운전자 사이에선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는 조어도 등장했다.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가 고라니처럼 불쑥 튀어나와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가 비일비재해서다. 지난해엔 보행자가 킥보드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한 교통 전문가는 "중·고등학생 등 청소년의 무분별한 주행 행태로 민원도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전거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의) 주행을 허용하면 사고 건수 역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자전거 도로의 77.3%는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다. 면허 면제의 기준인 시속 25㎞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 속도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면 이보다 느린 자전거나 보행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킥보드를 자전거 도로에서 타게 하면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차도에서만 타도록 하면 차도에서 다른 교통수단과 얽혀 더 위험하다"고 했다.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 고고씽의 정수영 대표는 "전동 킥보드 관련 규정이 명확히 정리되면 이용자의 이해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충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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