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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란 최고지도자 돈줄 조이기 나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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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금융자산 접근 차단할 것”… 神政통치 체제 부정 의미 담겨

이란 “美, 영구적 외교 폐쇄” 비난

동아일보

美, 사우디에 反이란 국제동맹 제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앞줄 오른쪽)이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지다 공항에서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교담당 국무장관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사우디, 아랍에미리트를 잇달아 방문해 이란에 맞서는 ‘국제 동맹’ 구축을 제안했다. 지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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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0)와 최고지도자실을 직접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종교적으로도 ‘신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번 제재는 사실상 신정일치(神政一致) 문제를 건드린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메네이를 “이란 정권이 벌이는 적대적 행위의 궁극적 책임자”라고 표현하며 “또 그의 사무실은 이슬람 혁명수비대를 포함한 정권의 가장 잔인한 기구를 관장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최고지도자실뿐 아니라 이들에게서 임명된 인물까지 폭넓게 경제 제재의 대상으로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이란이 미 무인기(드론)를 격추한 것에 대한 보복공격을 철회하는 대신 최고지도자, 그 휘하의 기관 및 대리인을 목표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란 정권이 핵무기 추구, 탄도미사일 개발, 테러 지원 및 관여, 국제 분쟁 조장 등 평화를 해치는 활동을 포기할 때까지 압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재로 동결될 미국 내 이란 자산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하메네이, 이슬람 혁명수비대의 지상군·해군·공군 및 5개 해군지구 사령관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므누신 장관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도 제재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또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 및 기관을 도와주는 해외 금융회사도 미 금융체계에서 차단될 수 있다며 ‘세컨더리 보이콧’을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를 잇달아 방문해 이란에 맞서는 ‘국제 동맹’ 구축을 제안했다.

이란은 거세게 반발했다. 관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5일 “경제 제재로 협박하면서 협상하자는 백악관은 정신적 장애가 있다”며 맹비난했다. 이란 외교부도 “이번 제재는 사실상 미국과 이란 외교의 ‘영구적 폐쇄’를 의미한다. 세계 평화와 안보를 해치는 것은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두 나라의 즉각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안보리 상임·비상임이사국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이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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