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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틀 전 낮술 했는데” 단속에 덜컥…출근길에도 대리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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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첫날 단속 현장 가보니

훈방 대상이던 혈중알코올 0.03%

면허정지에 500만원 이하 벌금

경찰 “앞으로 두달간 특별 단속”

중앙일보

음주 운전 단속 기준이 강화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단속 현장에서 음주감지기가 울려 차에서 내린 A씨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경찰관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틀 전에 낮술을 마신 게 전부“라고 주장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22%로 면허 정지 기준보다 약간 낮았다. [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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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일명 ‘제2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25일 0시 5분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 진입지점.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시작하자마자 음주감지기가 “삐삐~” 울렸다.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한 손에 팩 우유를 든 백발의 택시 운전기사가 내렸다. A씨(69)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항의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22%로 측정됐다. 면허 정지 기준(0.03% 이상)보다는 낮았다. 0.03%는 몸무게 65㎏의 성인 남성이 소주 1잔만 마셔도 나오는 수치다. A씨는 “그저께 낮에 동료들과 소주 5~6병을 (반주 삼아) 나눠 마신 게 전부”라며 “오늘은 빵과 우유만 먹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술 마신 다음 날에도 체내에서 알코올이 측정된 ‘숙취 운전’이다. 만일 A씨의 체내에 남아 있던 알코올양이 조금이라도 많았다면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낮술을 마셨다 해도 나이·체중 등 신체조건이나 건강상태에 따라 충분히 알코올이 측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잠시 후 양 볼이 벌겋게 물든 B씨(33)가 현장에서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인 0.083%로 측정됐다. 개정 도로교통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은 전날(24일)만 해도 ‘면허정지’에 그쳤을 수치다. “윤창호법이 시행된 걸 몰랐냐”는 경찰의 질문에 그는 한동안 고개를 푹 숙였다. 같은 날 오전 2시 15분 부산에서도 20대 운전자가 단속에 걸렸다. 부산은 지난해 9월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윤창호씨가 만취 운전자가 몬 차량에 치여 숨진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던 지역이다. 이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7%였다. B씨 역시 면허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경찰이 이날 오전 0시부터 8시까지 벌인 반짝 단속에 전국적으로 153명의 음주 운전자가 적발됐다. 한 시간에 19명씩 나온 셈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153명 중 면허정지(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0.08% 미만)는 57명, 면허취소(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는 93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나머지 3명은 음주측정을 거부했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면허정지·취소 기준선은 각각 혈중알코올농도 0.05%, 0.1% 이상이었다. 이번 단속현장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0.05% 미만으로 측정된 운전자는 13명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훈방’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형사처분을 받을 처지로 바뀌었다. 단순히 단속기준만 강화된 것이 아니다. 벌칙 수준도 높아졌다. 0.03% 이상~ 0.08% 이하만 측정돼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 2회 이상 상습 음주 운전자의 경우도 처벌조항이 신설됐다. 경찰의 정당한 음주운전 측정에 불응했다가는 최대 5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도 선고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날 오전 출근길에는 대리운전을 부르거나 차를 놔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경찰청 박종천 교통안전과장은 “앞으로 2달간 전국에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술 한잔쯤이야’도 이제는 절대 안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 1~5월에는 5만463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하루 평균 334명에 달하는 수치다.

김민욱·남궁민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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