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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터뷰] 정재형, 비로소 9년 공백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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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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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피아노 연주곡 앨범 '르 쁘띠 피아노'(Le Petit Piano)를 선보여 호평 받은 정재형이 무려 9년 만에 신보를 들고 음악 팬들 곁을 찾았다. 이번에도 연주곡 앨범이다. 앨범명은 '피아노와 함께'라는 뜻의 '아베크 피아노'(Avec Piano). 전작이 서정적이고 소박한 피아노 선율 기반 곡들로 채워졌던 반면, 이번 앨범은 '피아노와 함께' 퀄텟, 오케스트라,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등 다양한 악기들이 조화를 이룬 곡들로 채워졌다.

"이전 앨범을 통해서는 작게 얘기하고 싶었어요. 작은 얘기, 마음 안에 있는 얘기를 담았었죠. 이번에는 전작에 비해 스케일이 커졌죠. 현악기가 내는 소리,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어우러진 날 것 같은 소리...한층 풍성해진 사운드를 들으실 수 이을 것 같아요. 앨범을 내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미소). 어떻게 들어주실까 궁긍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네요"

앨범에는 자연과 나, 그리고 그 둘의 공존 속에서 얻는 또 다른 에너지를 테마로 한 8곡이 실렸다. 방송인으로도 맹활약 중인 정재형은 지난해 5월쯤 진행을 맡고 있는 KBS2 음악 경연 예능 '불후의 명곡'을 제외하고 출연 중이던 모든 TV 프로그램을 정리했다. 일본 가마쿠라로 향해 본격적인 앨범 작업에 돌입하기 위해서였다. "산꼭대기에 있는 오두막집에 작업 공간을 꾸렸다"는 정재형은 약 3주 동안 자연을 벗 삼아 지내며 이번 앨범의 뼈대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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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파도 소리, 풀벌레 소리를 듣고, 새들과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에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감정들을 털어내니까 자연스럽게 곡이 써지더라고요. 사실 이전까지는 앨범을 만든다는 게 너무 막막했어요. 머릿속에 그림도 그려져야 하고 무슨 얘기를 할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그동안 그런 고민을 계속 해왔었기에 가마쿠라에 도착하자마자 작업을 시작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정재형은 가마쿠라에서 총 4곡을 썼다. 타이틀곡 '라 메르'(La Mer)도 그 중 한 곡이다. '라 메르'는 화려하고 강렬한 피아노 연주와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이 연주한 극적인 바이올린 선율이 어우러진 곡으로, '바다'라는 뜻의 제목 그대로 너른 바다와 파도의 정서를 담고 있다.

"가마쿠라를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서핑을 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이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가 서핑을 배운 것인데요, 바다로 나가 보드 위에 앉아 있으면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면서 저절로 겸손해져요. 또, 파도를 바라보면 인생의 버거움과 슬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그러다 물살에 쓸려갈 때는 나도 모르게 흘러가게 되는 인생의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죠. '라 메르'에 그런 감정을 담아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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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9년 공백을 깬 정재형은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하는 음악이라면 남들도 설득할 수 없다"는 신조를 가지고 음악 작업을 하는 뮤지션이다. 이번 앨범도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정재형은 클래식계에서 내로라 하는 연주자들과 호흡하며 아낌없이 에너지를 쏟았다. 정재형은 "전 스스로에게 못된 사람이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최대한 완벽하게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앨범을 9년간 들고 있었던 소속 뮤지션을 뚝심있게 기다려준 소속사(안테나) 유희열 대표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다만, 정재형은 "음악 작업에는 최대한 힘을 싣되 행보만큼은 가볍게 가져가는 뮤지션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 대중음악인이라고 생각해요. 예능은 어려울 수 있는 제 음악을 대중 분들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하고요". 대중음악인으로서 대중과 소통하는 일이 행복하다는 정재형은 이번 앨범이 대중 일상에 스며드는 앨범이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나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고, 일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앨범이 되었으면 해요. 이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면 평소에 자주 보던 거리가 다르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미소)"

한편, 정재형은 1995년 3인조 밴드 베이시스 멤버로 가요계 데뷔했다. 1999년부터 솔로 앨범을 내기 시작했고, 서지원, 변진섭, 엄정화, 이문세, 이소라, 아이유 등 유명 가수들의 곡을 작업하기도 했다. 영화 음악가와 방송인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정재형은 이번 인터뷰 말미 첫 번째 연주곡 앨범을 작업할 당시 3부작 시리즈를 기획했다면서 후속작 역시 연주곡 앨범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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