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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라는데 계속 꽃이 피는…조현우부터 새로운 이광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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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화수분 '수문장'...꾸준히 등장하는 골키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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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U-20 축구대표팀의 이광연 골키퍼가 지난 14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훈련장에서 가진 회복 훈련에서 밝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2019.6.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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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지난 5월 파주NFC에서 만났던 윤덕여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준비 과정을 설명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부상자가 너무 많다는 괴로움이었다. 특히 골키퍼 포지션은 비상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수문장 김정미가 소집 직전 소속팀에서 훈련하다 좌측 아킬레스건을 다쳐 낙마했고 2번 골키퍼로 염두에 두었던 강가애도 허벅지 부상으로 소집 후 내내 재활에만 힘쓰는 처지엿다.

윤 감독은 "수비진 리더 몫을 해줄 김정미가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깝다. 강가애도 정상 훈련을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씁쓸해 했다. 이어 "남자 대표팀을 보면 부러울 뿐이다. 좋은 골키퍼들이 참 많다. 솔직히 K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골키퍼라면 누구를 대표팀에 데려와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기량들이 좋다"는 속마음을 더했다.

안타까운 여자팀 상황에 빗대 전한 푸념이기는 했으나 사실 윤 감독의 평가가 틀린 것도 아니다. 한때는 불모지라 여겼던 포지션이 골키퍼였는데 최근의 흐름은 계속해서 보석이 나오는 화수분 같은 느낌이다.

온 국민을 환희로 들썩이게 만들었던 '2019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을 통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샛별들이 많이 발견됐다. '막내 형' 이강인을 필두로 장신 스트라이커 오세훈, 체력왕 정호진, 좌우 윙백 최준과 황태현, 유럽파 센터백 김현우 등 흙속 진주들을 여럿 캤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빛광연'이라 불린 수문장 이광연이다.

골키퍼 치고는 작은 신장(182cm)인 이광연은 그 단점을 상쇄하는 동물적인 반응으로 수차례 슈퍼 세이브를 펼쳐 정정용호 결승 진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대회 전에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인물인데, 또 하나 '물건'을 건진 모양새다. 아직 섣부르게 재단할 수는 없으나 일단 '차세대 거미손'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후보 자격은 갖췄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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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김승규(오른쪽)와 조현우가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파주 NFC에서 열린 공개훈련에서 몸을 풀고 있다. 2019.6.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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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골키퍼는 한국 축구의 가장 취약한 포지션 중 하나였다. 예나 지금이나 소싯적 공을 좀 찬다는 친구들은 '앞'에 배치되는 것을 선호한다. 잘하는 친구는 전방에서 골을 넣고 싶고 박지성 이후 미드필드 진영에도 재능들이 몰리고 있으나 여전히 수비수는 지원자가 많지 않다. 골키퍼 역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재주 좋은 유망주들이 선호하는 포지션이 공격 쪽에 집중되다보니 '뒤쪽' 자원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왜 '제2의 홍명보'가 나오지 않는가에 대한 축구인들의 대답은 대동소이, "하려는 어린 친구들이 없기에" 였다. 골키퍼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프로축구 초창기에는 사리체프(신의손) 등 많은 팀들이 외국인 골키퍼를 썼다. 그런데 우리 골키퍼들과 수준 차이가 워낙 커서 용병 골키퍼를 쓰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고 말한 뒤 "토종 골키퍼들의 수준이 점점 낮아진다는 우려와 함께 1996년부터 외국인 골키퍼 출전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고 1999년부터는 아예 외국인 골키퍼 영입 금지 조항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골키퍼 풍년"이라고 평했다. 각 팀 골키퍼들을 읊어보면 윤덕여 감독의 말도 이해가 된다. 대구의 조현우를 비롯해 유상훈(서울) 오승훈(울산) 송범근(전북) 윤보상(상주) 노동건(수원)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들의 후방에는 든든한 골리가 있다. 이 선수들에 그치는 게 아니다.

국가대표 No.1 골키퍼 김승규(비셀 고베)를 비롯해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 등 일본 J리그를 누비는 한국산 지키미들도 수두룩하다.

한때 "우리 골키퍼를 키워보자"는 외침과 함께 골키퍼 수입을 억제했던 한국 축구계가 어느새 수출하고 있으니 엄청난 변화다. 과거에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으나, 유럽무대로 진출하는 토종 수문장을 보는 날도 멀지 않은 분위기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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