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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신라면세점 밀수 녹음파일 3  “홍콩서 물건 받았다”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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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시계 밀수 혐의로 수사 받고 있는 HDC신라면세점 이길한 전 대표가 밀수과정에서 직원들과 주고 받은 SNS 문자 메시지를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메시지에는 “홍콩 물건은 모두 무사히 가지고 왔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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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5월 7일. HDC신라면세점 팀장 A씨는 이길한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홍콩 물건은 모두 무사히 가지고 왔다”, “월요일에 회사로 가지고 나가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곧 바로 “쌩유”라고 답장했다.

두 사람은 2016년 8월 30일에도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주고 받았다. 이 대표가 ‘홍콩 연락처’라며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어떤 사람의 전화번호를 보내자, A팀장은 “연락해서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 중국인은 이길한 대표의 지시를 받아 한국 면세점에서 시계를 산 뒤 홍콩으로 가지고 나간 인물로 추정된다. 그리고 4일 후인 9월 3일, A팀장은 다시 이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홍콩 출장에서 무사히 돌아왔고, 월요일에 보고 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이번에는 “수고 많았다”고 답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문자메시지 내용은 HDC신라면세점 직원들의 대화녹음파일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팀장 A씨 : 기억 나니? 몇 건 했는지는...
직원 B씨 : 네, 저는 두 개 이상 없습니다.
팀장 A씨 : 롤렉스랑 뭐?
직원 B씨 : 저는 피아제 시계...

HDC신라면세점 직원들 대화내용(2019. 6. 19)

밀수 혐의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는 삼성물산 출신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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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시지와 녹음파일을 토대로,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주도한 시계밀수 사건의 전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는 2016년쯤부터 중국인 보따리상을 동원해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에서 최고급 명품시계를 면세가격으로 사들였다. 외국인들이 한도제한없이 국내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후 이 전 대표는 면세점 직원을 출장을 빙자해 홍콩으로 보내, 중국인 보따리상에게서 해당 명품시계를 돌려받아 한국으로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 관세청은 이 같은 밀수 혐의를 포착해 이 전 대표의 집과 사무실, 서울 용산의 HDC신라면세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명품시계 밀수 지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는 삼성물산 재무팀 출신으로 지난 2008년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 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5년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손잡고 만든 HDC신라면세점의 대표에 취임했다. 지난 2017년 5월 면세점 대표에서 물러난 이 전 대표는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뉴스타파는 명품시계 밀수 혐의와 관세청 수사 관련 해명을 듣기 위해 이 전 대표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사무실에도 찾아갔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취재: 강민수
촬영: 이상찬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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