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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철거 천막 잔해, 각목 널린 광화문 광장…시민, 우리공화당원 충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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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5일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우리공화당(대한애국당) 천막을 철거했다. 이날 오전 찾아간 광화문 광장은 당원과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이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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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여기가 어디라고 와!"

25일 10시 무렵, 자전거를 끌고 광화문 광장을 지나가던 한 시민이 "시끄럽다. 이게 당신들 땅이냐"고 항의하자 우리공화당(전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이 응수했다. 지지자들이 이 시민을 둘러싸기 시작하자 경찰이 개입해 직접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욕설과 고성이 곳곳에서 나오고 물병이 날아들었다. 비슷한 시각 광화문 광장 한편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한 시민이 흉기를 들었다며 넘어뜨린 후 둘러싸 발길질을 하기도 했다.

철거가 끝난 광화문 광장은 황량했다. 천막의 잔해인 듯한 각목과 비닐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음식물 쓰레기와 물병, 물에 흥건히 젖은 수건과 박스가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 철거 직후부터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은 천막이 있던 자리에 모여 앉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게 나라냐" "문재인 정권 타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몇몇은 '박근혜 대통령님을 구출하라' '박 대통령 무죄 석방' 등이 적힌 피켓을 들거나 티셔츠를 입었지만 통일된 구호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광장 곳곳에 휴대전화와 삼각대를 들고 다니는 보수 유튜버들도 눈에 띄었다. 오전 10시5분 무렵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광장에 와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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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광화문 광장에 찾아와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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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날 오전 5시 20분 무렵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농성 천막 2동과 그늘막 등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 나섰다고 밝혔다.

집행에는 서울시 등 직원 570명과 용역업체 직원 400명이 투입됐고, 안전 관리를 위해 경찰 24개 중대 1200여명과 소방재난본부 등 100여명이 동원되어 상황을 지켜봤다. 천막을 지키던 우리공화당 당원과 지지자 300여명(우리공화당 추산)은 소화기를 뿌리고 물품을 던지는 등 집행에 격렬히 저항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 24명과 우리공화당 지지자 31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1시간 20여분만에 집행은 마무리됐다. 서울시 직원 등은 주위를 정돈하는 작업 등을 거친 뒤 오전 9시 10분에 행정대집행 종료를 선언했다.

우리공화당 측은 박근혜 탄핵 반대 시위에서 숨진 '애국열사' 5명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지난달 10일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서울시는 이 천막에 대해 자진철거 요청 1회, 행정대집행 계고장 발송 3회 등 수차례 행정적인 조치를 했음에도 자진 철거가 이뤄지지 않았고, 시민 민원이 수백여건에 이르는 등 불편이 극심해져 40여일만에 행정대집행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영식 우리공화당 대외협력실장은 "이런 식의 천막 철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폭력을 일삼은 책임자인 서울시장을 고발하고, 조만간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다시 설치해 투쟁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애국당은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명을 '우리공화당'으로 변경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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