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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름만 걸쳐도 대박… 56兆 '방탄 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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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이 '지이잉' 하고 울렸다. 전화를 받았더니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얼굴이 떴다. 영상통화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지민의 얼굴이 나타났다. "저 보여요?"라는 지민의 음성이 들렸다. 지민의 등장에 깜짝 놀란 내 모습이 스마트폰 화면 왼쪽 상단에 떴다. 지민 옆에는 다른 멤버 '제이홉'의 모습도 보였다.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다른 멤버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안녕"이라고 인사했다.

이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E3 2019'에서 체험한 게임업체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BTS월드'의 내용이다. 넷마블은 오는 26일 전 세계 176개국에서 동시에 이 게임을 출시한다.



조선비즈

오는 26일 출시되는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BTS월드’의 한 장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게임 사용자(게임 속 매니저)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습실에서 춤 연습하는 모습을 기록한 영상이다. 이 게임에는 BTS의 1만여 장 사진과 100여 개 영상이 담겨있다. 이 게임은 전 세계 아미(BTS 팬덤)를 신규 이용자로 유입시켜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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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는 사람은 게임 이용자(게임 속 매니저)고, 전화를 거는 BTS 멤버들은 미리 촬영한 영상이다. 이용자는 아직 연습생 시절인 BTS 멤버들의 매니저가 돼, 아이돌로 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멜로 드라마 음악 작곡' '스트리트 댄스 워크숍' 같은 스케줄을 주기적으로 짜야 했다. 멤버별로 옷을 수시로 바꿔서 입힐 수 있고, 이들의 전화나 문자에 답장을 해주면서 친밀도를 쌓을 수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MMORPG(다중 역할 수행 게임)가 주류인 한국 게임 시장에서 전혀 새로운 종류의 게임을 내놓는 것"이라며 "BTS월드는 국내뿐만 아니라, 첫 출시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린 신작"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인 방탄소년단이 이른바 '방탄 이코노미'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있다. BTS가 상상을 넘어설 정도의 엄청난 경제 효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넷마블의 'BTS 월드'는 출시도 하기 전부터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수익이 예상될 정도다. 케이프투자증권은 BTS월드의 예상 일일접속자(전 세계 기준)가 250만명에 달하고 하루 매출만 21억원(일인당 하루 2만5000원 사용 기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뿐만 아니다. BTS가 국내 관광산업은 물론이고 의류·화장품·식품 등 국산 브랜드의 상품 판매에 직·간접적으로 주는 경제 효과만 연간 5조원 이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이 2014~2023년까지 10년 동안 총 56조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흥행 보증수표 된 BTS



조선비즈


지난 23일 네이버는 BTS의 서울 공연을 동영상 앱(응용 프로그램) '브이라이브'에서 유료로 생중계했다. 1인당 2만원을 내야 볼 수 있는 동영상 중계에 약 16만명이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3시간짜리 단일 생중계가 30억원 이상의 시청 수입을 낸 것이다. 앞서 지난 3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의 브이라이브 유료 중계에도 14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렸다. 그중 60%가 해외 이용자였다.

기업에 방탄소년단은 흥행 보증수표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6월 출시한 'KB X BTS 적금'은 총 27만 계좌가 가입됐다. 예치금은 2343억원이었다. 8개월 한정 판매 상품이다. 보통 연간 5만 계좌만 가입돼도 성공한 적금 상품인데, 이 상품은 기존 상식을 훌쩍 넘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진출해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왜 한국에서만 방탄소년단 적금을 파느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엘엔피코스매틱은 지난달 초 방탄소년단과 함께 '러브미 캡슐인 마스크'를 2000세트 한정 수량으로 선보였다. 단 3시간에 매진했다. 엘엔피코스매틱 관계자는 "바로 다음 주에 5만 세트를 더 내놨다"며 "외국인 관광객분들이 한 사람당 수십 개씩 사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 22~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BTS 팬미팅 콘서트장 주변에는 SKT·LG유플러스·롯데면세점·캐논코리아 등 대기업의 홍보 부스가 들어섰다. LG유플러스는 VR(가상현실)게임과 같은 자사 5G 서비스를 체험하는 부스를 차렸다. 이 홍보 부스에는 매일 1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캐논코리아의 카메라 체험존에선 방탄소년단 멤버 이미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행사가 열렸다.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히잡을 쓴 중동 팬부터 유럽, 중국, 일본 등 다양한 팬이 부스를 찾았다”고 말했다.

연간 5조원 이상 효과 ‘방탄 이코노미’

전문가들은 “BTS는 더 이상 공연·음반 판매에 집중하는 단순한 아이돌그룹이 아니다”라며 “게임, 캐릭터, 금융상품, 화장품, 의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천만명 이상의 BTS 팬인 아미(BTS 팬덤)의 엄청난 구매력과 온라인 전파력이 예전과는 다른 형태의 마케팅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한 한류가 지난해 유발한 총수출액은 95억달러로, 전년 대비 9.1% 늘어났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는 “이제는 아이돌 기획사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되고,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는 발판이 되어주는 시대”라며 “방탄 이코노미는 새로운 K팝 경제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오로라 기자(auro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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