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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학 감사에 시민감사관 투입… 대학들 “역량 의문-정치편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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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대대적 감사]

유은혜 16개大 감사계획 밝히면서 “반부패협의회 논의된 방안 구체화”

靑 “교육부가 정치의도 없이 추진”… 비리제보 없는 대학도 감사대상

대학측 “감사기간 행정 올스톱”… 교육부, 사립 중고교도 감독 강화

동아일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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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사학혁신을 앞세워 전국 16개 대형 사립대를 감사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대학가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비리 사학의 문제를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자칫 전체 사학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 대대적 감사에 속 끓이는 대학들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유 부총리는 정원 6000명 이상의 16개 사립대에 대한 종합감사 계획을 밝히며 “20일 대통령 주재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논의된 사학 혁신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일부 사학의 횡령 및 회계부정을 ‘생활적폐’로 규정하고 집중관리와 감독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번 감사는 단순히 교육부 차원이 아닌, 사학 비리 프레임에 모든 대학을 넣으려는 정권 차원의 작업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이번 건은 교육부가 정치적 의도 없이 추진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 때 사학개혁처럼 끌고 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종합감사 대상이 된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서강대, 연세대, 홍익대(이상 서울), 가톨릭대, 경동대, 대진대, 명지대 용인캠퍼스(이상 경기 강원), 건양대, 세명대, 중부대(이상 충청권), 동서대, 부산외국어대, 영산대(이상 영남권) 등 16개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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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그간 감사인력이 부족해 통상 매년 5개 정도의 대학에 대해 종합감사를 진행해왔다”며 “비리 제보가 많았던 대학 3, 4곳을 우선 감사 대상으로 하고 나머지 한두 곳은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던 대학 중 ‘뽑기’를 해 선정하다 보니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대학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간 비리 제보가 적거나 뽑기에 걸리지 않았던 대형 대학들이 이번에 종합감사 대상이 된 셈이다. 전국 278개 사립대, 전문대 중 개교 이후 단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곳은 총 111곳으로 전체의 39.9%에 이른다.

○ 감사 기간 중 대학 행정 ‘올스톱’


교육부는 그동안 사학 감사 강화를 위한 물밑 작업을 계속해 왔다. 올 5월에는 ‘시민감사관’ 제도를 도입해 사학비리 감사에 활용하겠다고 밝혔고, 이달 초엔 사학비리부패신고센터를 개설했다. 교육부는 “시민감사관에 200여 명이 서류 지원을 했고 이 중 15명에 대한 인선이 끝났다”며 “면접 등을 거쳐 추가로 5∼10명을 더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큰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 A대 관계자는 “시민감사관의 정치적 편향성이 감사 방향에 큰 영향을 줄 텐데 명단이라도 알고 싶다”며 “대학 감사를 하려면 고등교육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그들의 역량이 어느 정도일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B대 관계자는 “빨리 걸려도 걱정이지만 너무 늦어져 2021년에 감사를 받아도 앞으로 3년간 아무 일도 못 하고 좌불안석일 테니 문제”라고 전했다.

대학들은 종합감사 때 대학 행정이 사실상 ‘올스톱’된다고 우려했다. 학교 안에 감사장이 마련되고, 감사관들이 요구하는 각종 자료를 거의 실시간으로 제공해야 한다. 특히 종합감사는 특정분야 감사와 달리 채용부터 회계, 입시, 학사 등 모든 것을 조사하다 보니 대학 직원들의 긴장도와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16개 대학 가운데 어딜 먼저 감사할지는 학생 수, 적립금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 정할 것”이라며 “해당 대학에는 감사 2주 전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각 대학의 종합감사 대상 기간은 최근 3개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사립 중고교 “일부 문제를 전체로 호도”

유 부총리는 이날 “사립 중고교는 일반 공립학교처럼 교육청 교부금으로 인건비 시설비 사업비 등이 지원된다”며 “교육부의 관리감독이 미흡한 사이에 일부 사학에서는 회계와 채용, 입시, 학사 등 전 영역에서 교육기관인지 의심스러운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고교의 약 60%를 차지하는 사립재단 사이에서는 ‘나라가 어려울 때 애써 인재를 키워냈는데 비리 딱지를 붙인다’는 불만이 나왔다. C사립고 교장은 “이미 시도교육청의 감사를 받고 있고,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 시스템)을 통해 학교 예산집행 과정이 손바닥 보듯 보고되는데 갑자기 왜 교육부가 나선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전형적인 보여주기 정책”이라고 말했다. D고 교장은 “1500개가 넘는 사립 중고교 중 부정으로 알려진 건 수십 개 정도인데 모두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니 가슴 아픈 일”이라며 “비리 사학은 일벌백계 하더라도 수십 년, 길게는 100년 이상 학생들을 잘 길러온 대다수 학교에 대해서는 정부가 격려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수연 sykim@donga.com·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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