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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라이프 트렌드] 일본 구마노고도 순례길 걸으며 바쁜 삶 한 박자 쉬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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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편백나무숲 벗 삼아

세계문화유산 향기 속으로

별빛 쏟아지는 온천욕은 덤

‘칠러’ 안성맞춤 여행
편안하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한다는 뜻의 칠링, 이 시간을 즐기는 사람을 ‘칠러’라고 부른다. 이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한 박자 쉬어 가는 시간을 빼놓지 않는다. 최근 ‘욜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분위기에 따라 칠러처럼 살기가 각광받는다. 바쁘게 관광 다니기보단 이들처럼 자연을 찾아 느린 걸음으로 둘러보고 잔디밭에 누워 햇볕을 만끽하는 여행이다. 칠러들의 여행을 위해 칠링하기 좋은 여행지를 소개한다. 일본 간사이 지역 남부의 기이 반도 와카야마현에 있는 구마노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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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0㎞에 이르는 순례길 ‘구마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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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지역을 비행기로 두 시간 내외면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일본은 우리에겐 단골 여행지로 통한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다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다. 그런데 선택하는 도시는 달라지고 있다. 도쿄·오사카·후쿠오카 등 대도시를 다녀왔던 관광객들이 이젠 소도시로 눈길을 돌린다. 눈에 익은 대도시와 달리 소도시에는 소박하고 신선한 자극이 가득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2대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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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바로 남쪽에 붙어 있는 와카야마현의 구마노고도가 대표적이다. 구마노고도가 특별한 이유는 순례길 ‘구마노고도’가 있다는 점.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단 두 개의 순례길 중 한 곳이다. 다른 한 곳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800㎞에 이르는 긴 여정으로 매년 300만 명이 완주에 도전하지만 이 중 15%만이 성공할 정도로 고되다. 반면 구마노고도 순례길은 약 300㎞여서 쉬엄쉬엄 도전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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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구마노 혼구타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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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노고도를 알려면 구마노산잔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구마노산잔은 예로부터 자연 숭배의 땅으로 알려진 와카야마 남쪽 ‘구마노’의 세 군데 성지(구마노 혼구타이샤, 구마노 나치타이샤, 구마노 하야타마타이샤)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모든 것에는 신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일본의 토착 신앙인 ‘신토’와 불교가 합쳐진 형태로 신사이면서도 각기 다른 자연신을 모시고 있다. 세 신사로 가는 길을 부르는 명칭이 바로 ‘구마노고도’다. 총 7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헤이안 시대 황족과 귀족은 교토에서부터 구마노산잔을 가기 위해 이 길을 참배길로 삼았다. 다만 에도 시대에는 빈부나 남녀노소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이 오갔다고 전해진다.

순례길이라고 해서 시작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걸어야 하는 건 아니다. 제주 올레길처럼 일부 코스만 선택해 걸어도 된다. 중간에 있는 마을에 들러 숙박하며 쉬어갈 수도 있다. 풀코스를 선택해도 일주일 안에 완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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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노 혼구타이샤 옛터에 있는 '도리이'.


구마노고도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코스는 홋신몬 오지에서 혼구타이샤까지 걷는 6.9㎞ 길이다. 가는 길 내내 20~30m 높이의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들어선 울창한 숲이 1000년의 기운을 전한다. 순례길 중간중간에 표시된 이정표만 잘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종착지는 구마노고도의 심장부 ‘구마노 혼구타이샤’. 근처에 있는 구마노 혼구타이샤 옛터에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33.9m의 도리이(신사의 관문)가 세워져 있어 압도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거대한 바위, 우렁찬 폭포수에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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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낙차 폭이 가장 큰 폭포인 '나치노오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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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다른 코스를 통하면 나머지 두 신사에 닿을 수 있다. 구마노 하야타마타이샤는 신들이 하늘에서 처음 내려왔다고 전해지는 전설이 담긴 거대한 바위 ‘고토비키이와’를 자연신으로 숭배하는 신사다. 매년 2월 횃불을 든 2000여 명의 남성이 일제히 계단을 내려오는 축제가 장관을 이룬다.

일본에서 낙차 폭이 가장 큰 폭포인 ‘나치노오타키’를 자연신으로 모시는 구마노 나치타이샤에선 바로 코앞에서 박력 넘치는 폭포를 볼 수 있다. 매년 7월 이 폭포를 무대로 일본의 3대 불 축제 중 하나인 ‘나치 불 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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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온천 ‘쓰보유’.


순례길 곳곳엔 오래된 온천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일본 여행의 ‘꽃’으로 불리는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이 중 유노미네 온천 마을의 ‘쓰보유’는 1800여 년 전에 발견된 일본 최초의 온천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목욕할 수 있는 유일한 천연 온천으로 등록돼 있다. 2~3명이 겨우 들어가는 작은 탕에는 오묘한 푸른 빛이 도는 백색 온천수가 흐른다. 90도가 넘는 원천에 달걀·옥수수·고구마 등의 간식거리를 익혀 먹는 바구니도 구비돼 있다.

또 다른 천연 온천 마을인 가와유 온천은 구마노가와강의 지류인 오토가와강을 따라 자리한다. 강바닥을 파면 70도 정도의 뜨거운 천연 온천수가 솟아난다. 온천수가 근처의 차가운 강물과 자연스럽게 섞여 적정 온도의 물이 되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마을의 각 호텔에서는 강가에 야외 온천은 모두 혼탕이어서 애인·부부·가족들의 추억 만들기에 제격이다. 또 온천에 몸을 담그고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구마노고도 여정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어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행사에서 출시한 구마노고도 관련 여행상품을 통해 여행하는 게 좋다. 일정별·코스별로 여러 종류의 상품이 출시돼 있다.

구마노고도 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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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오사카 간사이공항(비행기)~히네노역(JR기차)~기이타나베역(버스)~다키지리

버킷리스트 추천 코스

온천 마을과 가장 인접해 힐링에 최적화된 길은 ‘나카헤치’ 코스

① 다키지리~다카하라

다키지리(고마노고도의 시작 포인트)~구마노고도관~다키지리오지~다카하라구마노신사로 이어진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30분.

② 홋신몬 오지~구마노 혼구타이샤

고마노고도의 하이라이트 코스로 옛 구간이 잘 보존돼 있다. 총 6.9㎞, 소요시간은 2시간30분.

③ 고구치~구마노 나치타이샤 세이간토지

오구모토리고에 코스라고도 불린다. 총 14.5㎞, 소요시간은 약 7시간.

*나카헤치, 기지, 오헤치, 오미네 오쿠가케미치, 고야산 쵸이시미치, 고헤치, 이세지 7코스로 구성.

재미 두 배 즐기는 법

기이타나베역에 있는 관광안내소 ‘구마노 투어리즘 뷰로’에 가면 스탬프 책자를 받을 수 있다. 순례길 곳곳에 있는 관문 36곳에서 도장을 찍으며 걸으면 재미가 쏠쏠하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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