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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합의 걷어찬 한국당, 의총서 “얻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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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거면 장외투쟁 뭐하러 했냐” 강경파들 의총 장악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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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의원총회에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국회 정상화 합의문 추인마저 거부하면서, 장기간 방치됐던 국회 정상화 기회를 내팽개쳤다는 책임론은 물론 잦은 합의 파기에 따른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의원들 사이 소통 부재가 노출된데다, 강경파에 휘둘리는 한국당 내부 지형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여야 3당 교섭단체 합의문 추인을 위해 열린 한국당 의총에서는 ‘얻은 게 없다’는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장외투쟁을 포함해 두달 동안 버티며 협상한 결과가 원탁경제회의 개최에 그쳤다”, “장외투쟁은 뭐 하러 했느냐”는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고 한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법안 처리 및 후속 조처와 관련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전면 철회와 여당의 사과를 요구했던 당론과 달리, 합의문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문구만 담겼다는 것이다. 합의문에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은 각 당의 안을 종합하여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 돼 있는데, 이는 재논의를 한다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을 “엉거주춤하게 승인하는 결과”(김선동 의원)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강석호, 함진규, 주광덕, 심재철, 임이자, 곽대훈, 전희경, 홍일표 의원 등 17명이 발언했는데 대다수가 “추인 불가”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 지도부 등 주도권을 잡고 있는 친박근혜계·영남권 의원들은 물론, 국회 등원 쪽으로 기울었던 수도권 의원들조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합의서와 함께 나온 이인영 민주당 대표의 구두 유감 표명을 보면 ‘한국당이 복귀하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의 말인데, 오히려 합의안보다 더 후퇴한 유감 성명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이런 반발은 표면적으로 합의 문구 등을 문제 삼고 있지만, 실은 물밑에서 요구했던 요구사항이 전혀 관철되지 않은 탓이 커 보인다. ‘패스트트랙 점거 사태’ 뒤 이어진 고소·고발의 취하 및 선처 보장 방안 등이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기를 원했는데, 결과적으로 아무 약속을 받지 못한 상황이 의원들의 불만을 키웠다는 것이다. 의총을 마치고 나온 한 의원은 “우리가 얻은 게 없다. 상대 쪽에서 줄 생각이 없는데, (국회에 들어간들) 무엇 하겠느냐”고 성토했다. 한국당 관계자도 “패스트트랙 사과의 진정성은 결국 (고소·고발)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60명이 고발되고 두달 동안 밖에 나와서 떠들었는데 그동안 싸운 것은 뭐냐는 것이다. 명분도 없고,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고 원내 지도부를 비판했다.

합의문 가운데 5·18 특별법 관련 부수 조항을 처리하기로 한 대목도 일부 의원들을 자극했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5·18 특별법 관련 조항에서 유공자 명단을 공개할 경우 처벌하게 돼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패스트트랙에선 명확하게 얻은 부분이 없고, (5·18 특별법은) 저쪽 의견만 들어줬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일단 재협상을 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당분간 협상 진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추가 협상에 들어가겠지만, 협상은 상대가 있는 것 아니냐”며 “당장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협상으로 원탁경제토론회 개최 등을 얻어내 의미가 있다고 봤으나, (의원들 사이에서는)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겪었던 비분강개가 계속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유경 김미나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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