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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삭발까지 했는데” 의총 반란…합의문 2시간 만에 휴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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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국회 정상화 합의안 추인 거부 ‘자중지란’

의원 20여명 “얻은 게 뭐냐” 반론 없이 90분 내내 성토

“패스트트랙 탓” 민주당 사과·합의 처리 약속 명시 요구

경향신문

‘고립문’ 더 걸어 잠근 제1야당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앞줄 왼쪽)가 24일 여야 3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문 추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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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4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정상화 합의문 추인을 거부했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3시30분쯤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등 합의문을 발표했으나, 한국당은 불과 2시간여 만에 무효선언을 했다. 더군다나 합의문 발표가 언론을 통해 전 국민 앞에 생중계되고, 합의문엔 나경원 원내대표의 사인까지 담긴 터다. 그러다 보니, 한국당이 국회와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깨면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내지도부와 의원들의 입장이 갈리면서 당내 자중지란이 노출됐다는 지적도 있다.

3당의 합의문을 받아든 한국당 의총 분위기는 강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90여분 동안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서 20여명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삭발까지 했는데, 얻은 게 뭐냐”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의총 시작부터 ‘합의문 무효’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발언 신청이 이어졌다. 한 초선 의원은 “(거부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의견이) 다른 분들이 얘기를 안 하셨다”며 “보통은 A를 얘기하면 (다른 의원이) 반론도 제기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전했다.

의원들은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에 관한 더불어민주당의 사과와 ‘합의 처리’ 약속을 합의문에 담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합의문에 ‘각 당의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만 했는데, 이 부분을 ‘합의 처리한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국회 파행을 가져온 이유가 소위 말하면 불법적인 날치기 패스트트랙 때문”이라며 “그래서 모든 것을 감수하고 의회 민주주의의 복원을 위해서 한 건데 거기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와 ‘합의 처리’ 이 문구가 분명히 없다는 걸 의원들이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합의문에 유감을 발표한 부분도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다. 명확하지 않다”며 “레토릭만 있고 진정성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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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은 5·18 특별법,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합의문에 담겨 있는 것을 두고도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가장 핵심적인 것이 패스트트랙에 관한 합의인데, 이 부분은 정작 빠져 있고 다른 것들이 들어 있다는 점에 대해서 의원들이 지적했다”고 전했다. “삭발까지 해가면서 그렇게 다들 패스트트랙 입법의 부당성을 얘기했는데 아무런 내용 없이 아무런 분명한 메시지 없이 합의해주는 것을 합의문이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이번 협상으로 얻은 것이 무엇이냐” 등의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원내지도부에 대한 명시적 책임 추궁이 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 의원은 “‘의원들이 (나 원내대표를) 재신임을 더 해주자’고 말하자, 좌석에 앉아 있던 다른 의원은 ‘아니 그건 당연한 건데 뭘 쓸데없이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합의안을 부결시키는 것이 원내지도부가 더 큰 힘을 갖고 합의할 수 있는 길이라는 말씀을 주셨다”고 했다. 정태옥 의원은 의총 후 “원내대표가 발언을 쭉 듣더니 먼저 ‘추인 안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순봉·허남설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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