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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설왕설래] 학령인구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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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반세기 전 미국 공식문서는 독립 후의 인도는 비상하기 직전이라고 했고, 한국은 경제가 마비된 무기력한 국가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인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8배다. 북한의 47배이고 스페인보다 높고 일본을 따라잡고 있다.”

인도 유력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의 스와가토 강울리 편집위원이 쓴 칼럼 내용이다. 강울리는 “한국은 산업발전 경험이 없는 가난한 농업국이었다”며 ‘한강의 기적’을 낳은 주요 원동력은 교육이라고 진단했다. 의무교육제도와 부모들의 남다른 교육열이 우수한 인재 육성으로 이어져 국가발전의 토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교육열이 뜨겁기로 유명하다. 17세기 제주도에 표류해 억류돼 있다가 13년 만에 탈출한 네덜란드 선원 헨드릭 하멜은 ‘하멜 표류기’에서 “조선 아이들은 밤이고 낮이고 책상머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며 “아이들이 책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에 얼마나 뛰어나던지 경탄스럽다”고 적었다. 교육을 숭상하는 유교 전통과 강한 신분상승 욕구는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만든 배경이다.

교육학 이론인 교육전쟁론에선 부족한 자연자원, 높은 인구밀도, 제한된 취직 기회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기회가 없을 때 학교 교육을 둘러싼 경쟁은 전쟁 상황으로 내몰린다고 했다. 1960~1970년대 학교는 ‘콩나물시루’ 상태였다. 한 반에 70~80명은 보통이고 2부제, 3부제 수업도 다반사였다. 그래도 결석은 큰 죄를 짓는 것으로 여겨 아무리 아파도 등교를 했고 6년 개근이 일반적이었다.

학령인구가 줄어 비상이다. 2025년이면 유치원 3000곳, 초등학교 1000곳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정원 미달 사태를 겪는 지방대학들은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1968년 서울 동대문구 전농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1만230명이었다. 51년이 지난 지금은 901명으로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의 위기를 낳는다. 저출산이 원인이다. 학령인구를 늘릴 뾰족한 수가 없어 걱정이다. 교육의 질적 제고로 위기를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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