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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계산 오류·무자격 운전” 한빛 1호기 열출력 사고는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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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원자력안전기술원 특별조사 중간 발표

14년 만에 바뀐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 교육 안 받고 작동

제한치 초과 위기 상황 12시간 방치…즉시 정지 지침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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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의 한빛 원자력발전소 1호기 열출력 급증 사고는 ‘인재’라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전 운전 판단 착오, 무자격자의 원전 조작, 운영기술 지침 불이행 등 안전 불감증이 심각했다. 원전 사업자는 물론 정부의 안전관리 기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4일 전남 영광군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한빛 1호기 열출력 급증의 직접적 원인은 당시 발전팀 근무자들의 계산 오류와 조작 미숙에서 비롯됐다. 사고 당일 업무를 인수받은 근무자들이 제어봉(원자로 내 핵연료의 핵분열 반응속도를 늦추는 자동차 브레이크 같은 장치) 제어능 측정시험 중 다른 조작 그룹과 편차가 생기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반응도(원자로 출력 변화값)를 계산했는데 담당 원자로 차장의 잘못으로 원자로 출력값이 임계점을 넘어 18%까지 급증했다. 운영기술 지침서에 따르면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중 원자로 열출력이 5%를 초과하면 즉시 수동정지를 해야 하지만 당시 근무자들은 원자로를 12시간 가까이 가동했다.

또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을 14년 만에 변경했음에도 실제 제어봉을 운전한 정비팀 직원은 교육훈련도 받지 않은 채 미숙하게 운전했다. 다른 근무자는 제어봉을 2회 연속 조작해야 했지만 1회만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3개 근무조가 13시간 동안 제어봉 시험을 진행했지만 작업계획서 작성, 중요 작업 전 회의 등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다만, 손명선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 “원자로 냉각재 내 핵연료 손상 시 발생하는 제논(Xe), 크립톤(Kr), 요오드(I) 등 방사능 준위 변화를 확인한 결과 이번 열출력 급증 사고로 인한 핵연료 손상 징후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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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 1호기 사건’이 인재라는 원전당국의 발표가 나온 24일 전남 영광군 주민들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한빛 1호기 폐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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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는 향후 추가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한 종합 결과를 발표한다.

한빛 1호기는 정기검사 중 이상이 발견돼 가동을 중단했다가 지난달 9일 재가동 허가를 받았지만 가동 하루 만인 10일 열출력 증가로 운전을 멈췄다. 원안위는 그간 KINS 전문가로 구성된 사건조사단을 파견해 조사를 벌였다.

시민단체들은 원전 관계자들의 안전 불감증을 비판하고 있다. 한빛 원전 1호기 사고의 경우 실제 피해는 없었지만 열출력 급증을 계속 방치했을 경우 자칫 방사능 물질 유출 등 위험이 생길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위급한 상황을 12시간 가까이 방치했고 원안위는 뒤늦게 원자로를 수동 정지하는 등 언제든 다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수원이 경영상 이유로 웬만하면 원전을 가동시키겠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다”면서 “언제까지 인재사고 위험에 국민들이 불안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에너지전환포럼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원안위는 뒤늦게 보고를 받았다고 한수원에 책임을 떠넘기는데, 왜 현장에 파견 나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사업기관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규제기관도 반드시 명확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원안위의 특별조사 중간 결과에 대한 입장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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