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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16년 집권 에르도안에 등돌린 이스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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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거서 ‘부정 의혹’ 제기, 재선거에서도 큰 표차로 져

정치적 고향서 패배 ‘치명상’

이마모을루 당선자 ‘급부상’



경향신문

터키 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에크렘 이마모을루 후보가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승리한 후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스탄불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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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치러진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 결과 제1 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에크렘 이마모을루 후보(49)가 재차 승리했다. 지난 3월 선거 때보다 격차는 더 컸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재선거까지 몰아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더십에 타격을 받게 됐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24일 개표가 잠정 완료된 결과 54.03%를 얻어 여당 정의개발당(AKP) 비날리 이을드름 후보(45.09%)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지난 3월 지방선거 당시 0.16%포인트 차로 신승했지만 재선거에선 10%포인트 가까이 벌리며 낙승을 거뒀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와 리라화 가치 하락·실업률 증가 등 장기화되는 경제난에 성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스탄불은 이곳 시장을 지낸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이곳에서의 패배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이스탄불의 승자가 터키 전체에서 승자가 될 것”이라며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패했다. 23일 선거 출구조사 결과 이마모을루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트위터에 짤막한 축하 인사를 남기며 패배를 인정했다. AKP는 이날 이스탄불까지 야당에 내주며 수도 앙카라 포함 주요 5대 도시 중 4곳을 빼앗겼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 리더십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스탄불 시민 굴칸 데미르카야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시장 재선거는 독재를 끝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 대통령으로 이마모을루를 다시 보고 싶다”면서 “한 사람이 지배하는 나라는 이제 끝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부터 총리와 대통령을 오가며 16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들은 군부 쿠데타 이후 무차별 반대파 탄압·숙청 등 공포정치에 대한 반감이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봤다. BBC는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마모을루의 승리를 반기는 인파가 거리로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이마모을루 당선자는 사업가 출신으로 이스탄불 서부 베일리크뒤쥐 구청장을 지냈지만 주목할 만한 정치 경험은 없다. 하지만 경제에 집중하는 실용주의와 다수를 아우르는 포용의 정치로 승리를 이끌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마모을루 당선자가 공격적인 세속주의와 민족주의라는 CHP의 노선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동안 금식을 하고, 유세에서 코란을 인용하면서 이슬람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AKP의 지지층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야당 유력 주자에 올랐다는 말도 나온다. 이마모을루는 “한 사람, 한 정당 혹은 한 분파의 승리가 아니라 이스탄불, 터키 전체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빨리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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