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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2병 마시고 하루 878건 배달”…인력 충원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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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0년 만에 처음으로 집배원들이 총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노동시간으로 보면, 집배원 노동자는 임금노동자 평균보다 연간 87일을 더 일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육체노동, 심각한 정신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의 하루를 공민경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나씩 이제 올려!"]

오전 7시. 우편물과 택배가 밀려듭니다.

24년 차 집배원 이인구 씨는 오늘도 한 시간 먼저 출근했습니다.

[이인구/서울 강 동우체국 집배원 : "(아침밥은) 못 먹어요. 배달 시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어요."]

["어머니 사시는 데 주소가 어떻게 되시는데?"]

시간을 가리지 않는 고객 전화.

웃음기는 사라진 지 오래, 배송 전부터 전쟁입니다.

오늘 배달할 소포와 우편물은 모두 878갭니다.

5층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건 다반삽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안 뛰면 시간 안에 배달이 안 돼요. 이런 주택가에는 엘리베이터가 없거든요."]

간신히 꼭대기 층까지 갔는데 사람이 없습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제일 맥빠지죠. 5층까지 올라갔는데. 그다음 날 또 와야 하니까. 전화가 와요. 나 못 가니까 다시 한번 갖다 줘라."]

경비실에 맡겨라, 아기가 있으니 조심해달라…, 요구도 제각각입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희망 장소, 회색 대문 뒤로 이렇게 되어있어요. 저희는 회색 대문 모르잖아요, 지금. 현재 가봐야 아는 거예요."]

배송을 절반밖에 못 했는데 오후 1시 40분.

오늘(24일)도 점심밥은 거릅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물 한 통 샀어요, 물. 밥 먹을 시간 없어요. 아까 화장실 한 번 갔다 왔어요. 소변 보러. 월요일 하다가 못했어. 화요일은 더 많아. 언젠간 제가 다 해야 할 일이에요."]

병가나 휴가는 그림의 떡입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아들내미 하나밖에 없는데, 군대 가는 것도 못 보고, 동료들이 힘드니까는 그것 때문에 서로 눈치 보고 그러는 거죠."]

몸도 힘들지만, 감정노동은 더 고통입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조금 늦으면 고객들은 전화 와요. 저희도 빨리 가서 배달하고 싶죠. 물량이 많은데 어떻게 해요. 욕도 하고, 지금 빨리 와. 딱 끊어버리고…."]

배달을 마쳐도 일은 남았습니다.

오늘 이 씨가 먹은 건 음료수 2병이 전부.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오늘 하루종일 밥 한 끼도 못 먹었거든요. 또, 들어와서 이제 또 일반 우편물 구분 작업도 해야 하니까. 52시간을 잡아놓고 여기에 맞춰서 업무해라. 그건 거의 죽으라는 거죠."]

["충원하라, 충원하라! 즉각 충원하라"]

퇴근 시간을 30분 넘긴 시각, 이 씨는 두 달째 거리로 나섭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딱 일주일만 저희 쫓아다니라 그러세요. 그러면 저희 마음 알아요. 약속만 지켜주세요, 부탁입니다."]

KBS 뉴스 공민경입니다.

공민경 기자 (bal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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