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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국회 정상화 합의 뒤집은 한국당의 무책임과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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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무책임과 몽니가 빚어내고 있는 국회의 모습이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4일 막판 정치력을 발휘해 국회 정상화 합의에 도달했을 때만 해도 정치 복원의 기대가 컸다. 국회가 파행된 지 무려 80일 만의 정상화이기 때문이다. 최대 쟁점인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각 당의 안을 종합하여 논의한 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 정리했다. ‘합의 처리’를 요구한 한국당과 ‘합의 처리를 노력한다’고 맞선 민주당 안을 절충한 결과다. 상대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고집하면 협치를 이룰 수 없다. 무능과 이전투구에 국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목소리가 임계점에 달한 시점이다. 더 늦기 전에 공존의 정치 계기를 마련한 터인데, 이를 무참히 깨고 나선 게 다시 한국당이다.

한국당은 의원총회에서 “삭발까지 했는데 얻은 게 뭐냐”며 막무가내로 합의안 추인을 거부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조항이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게 주된 추인 반대 이유라고 한다.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다시 논의하자는 것은 결국 불법행위를 정당화해주지 않으면 국회를 열 수 없다는 얘기다. 국회법 절차인 패스트트랙을 육탄전으로 막고 장외로 뛰쳐나간 한국당이 이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회 정상화를 물거품으로 만든 것은 후안무치라는 말로도 모자란다. 자기 당 원내대표가 도장 찍은 합의문을 금세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면 의회정치는 설 땅을 잃는다.

결국 국회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회는 이날 여야 4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청취했다. 국회가 문을 열었지만, 한국당이 계속 불참할 경우 추경안과 민생법안 처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당이 말로만 민생을 챙기겠다는 건 위선이고 기만이다.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합의안 추인을 거부하면서 전날 밝힌 대로 검찰총장·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북한어선 입항 사건과 수돗물 사태 관련 상임위에만 선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회 전체의 정상화는 거부하면서 정부 공격의 호재가 걸린 상임위만 골라 열겠다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공당임을 포기하는 처사다. 지금 국회에는 노동관계법, 유치원 3법 등 각종 민생법안이 산적하다. 재난과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안은 국회로 넘어온 지 두 달 가까이 됐지만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당이 합의를 뒤집은 것은 아마도 내년 총선을 의식해 강경투쟁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터이다. 착각이다. 정략적 이해에 매몰되어 민생과 경제를 외면한다면 심판의 화살은 한국당을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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