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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상화…두 시간 만에 끝난 ‘일장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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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뒤엎은 '국회 정상화 합의' 깜짝 발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깜짝 발표를 위해 한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 오후 3시, 강원도 삼척에서 돌아온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실을 찾았다가 3당 원내대표들이 운영위원장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합의문에 사인할 거라는 얘기들이 긴박하게 오갔습니다.



그리고 30분 뒤, 정말로 '국회 정상화 합의문'이 발표됐습니다. 합의 사항은 모두 6가지. 6월 임시국회 일정(6월 20일~7월 19일)과 함께 ▲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각 당의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할 것 ▲ 추경안은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되 재해 추경을 우선 심사할 것 ▲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특별법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운영법 개정안을 28일 본회의에서 우선 처리할 것 ▲ 국회의장 주관으로 경제 원탁토론회를 개최할 것 ▲ 인사청문제도 개선 소위 활동을 본격 실시하고 9월 정기국회 전 개선방안을 도출하도록 할 것 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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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사인한 국회 정상화 합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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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은 두 달에 걸친 여야 원내 협상 과정에 흘러나왔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럴 거면 왜 진작 합의하지 못했나?'라는 허탈함마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사실 합의문 내용은 진작 작성돼 있었다"면서 "마지막 단계에서 크고 작은 요구가 추가되면서 절충이 잘 안 됐을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어쨌든 지난 4월 5일 마지막 본회의 이후 80일간 열리지 않았던 본회의가 다시 정상적으로 열린다니 그야말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모든 언론매체는 '극적 합의', '전격 타결'이라며 협상 타결 소식을 속보로 전했습니다.

한국당 추인 불발…두 시간 만에 뒤집힌 결론

이제 여야 5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출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 예산안 시정연설을 청취하는 줄 알았습니다. 각 당이 의례적인 의원총회 추인 절차만 거치면 바로 시정연설이 진행되리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두 시간 만에 나온 속보는 또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3당 원내대표 간 합의안 추인이 불발됐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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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총회에서 합의문을 살펴보는 한국당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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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의총이 소집된 건 오후 4시 반.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의총에서 간간이 "분위기가 험악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합의문 자체가 공정하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투쟁한 것에 비하면 하나도 얻는 게 없는 굴욕적 합의"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협상권을 위임하는 건 협상을 제대로 하라고 위임한 거지 마음대로 하라고 위임한 게 아니다."라면서 "명분도 없이 이대로 들어가면 지지자들에게도 모양새가 우스워진다"고 말했습니다.

10여 명의 공개 발언 의원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추인에 반대했다는 얘기도 전해졌습니다. 특히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합의 문구와 5.18 특별법 우선 처리와 관련해 강경한 반대 의견이 나왔다고 한 참석자는 말했습니다.



의총장을 빠져나온 나경원 원내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부결 소식을 전했습니다. '국회 정상화 극적 합의' 깜짝 속보는 두 시간 만에 '일장춘몽'으로 돌아갔습니다.

또다시 안갯속 정국…추경안 처리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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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불참한 채 80일 만에 열린 국회 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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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황은 복잡해졌습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희망'을 이야기한 '호프 미팅' 이후 2개월간 협상이 공전을 거듭할 때보다 더 상황이 꼬였습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우리도 아노미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불참한 채 진행된 추경안 시정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저희는 할 수 있는 것을…"이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의회주의에 대한 몰이해이자 전면 부정"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정면으로 배반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국회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입니다.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았으니 당장 예결특위 구성이 힘들어졌고, 추경안 심사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워졌습니다. 패스트트랙 법안 심사를 위해서는 이번 주말 활동이 종료되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기한을 연장해야 하는데 그것도 현재 상황에선 힘들어 보입니다. 여야 간에 견해차가 큰 추경안이나 패스트트랙 법안을 논외로 하더라도,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각종 민생 법안들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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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과 대책을 논의하는 이인영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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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일각에서는 정의당 등을 중심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법 조항에 근거해 예결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마저 나옵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건 그야말로 '막 가자는 얘기'라는 부정적 인식이 많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본회의 진행과 관련해서는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부분적으로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어 상황을 봐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대로라면 9월 정기국회 때까지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힘들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 리더십 타격…'투톱' 혼선?

상황이 심각해진 건 한국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오랜 협상 끝에 가져온 합의안을 의원들이 거부했으니 원내지도부는 큰 타격을 입은 셈입니다. 민주당에서는 당장 "앞으로 한국당과 뭘 협상하고 합의할 수 있겠냐"는 얘기들이 쏟아졌습니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어제 국회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대회를 연 것은 쉽게 국회 정상화하지 않겠다는 황교안 대표의 '시그널'인데, 나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모양이 우스워졌다"면서, 당 '투톱' 사이에 혼선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당 핵심 관계자들은 "그동안 국회 복귀 등 주요사항에 대해 기본적으로 원내대표는 대표와 상의해왔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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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장에 앉아있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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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한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합의해 온 걸 의총에서 부인하면 신임 문제도 이야기가 나오게 마련"이라면서 "다만 오늘은 신임 여부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014년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여야 합의안이 거부당한 뒤 박영선 당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사퇴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강력한 대여 투쟁을 벌여온 한국당이 이제부터는 당 내홍을 원만하게 수습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노윤정 기자 (watchdo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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