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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사설] ‘G20 일정 찼다’는 아베, 한-일 관계 방치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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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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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국 의장이므로 매우 일정이 차 있다”며 “시간이 제한되는 가운데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주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중에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최악인 한-일 관계 개선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읽혀 매우 유감스럽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면 통상 개최국 정상은 참가국 정상들과 연쇄 양자회담을 한다. 특히 한-일 정상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양자 회담을 해온 관례가 있다. 이런 전례를 송두리째 무시하겠다는 건 외교적 예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아베 총리가 직접 겨냥하는 것이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피해 손해배상’ 판결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날도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문제이니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게 일본 주장이다.

그러나 주권국가의 사법적 판단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억지에 가깝다. 삼권분립이 엄격한 민주국가에서 행정부가 어떻게 사법부의 판결에 개입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 징용 수혜자였던 일본 기업들은 배상은커녕 공식 사과조차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일본 정부는 며칠 전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후원금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한국 정부 제안도 거부했다. 한-일 관계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아베 총리는 강경론을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서, 새달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내 보수층의 결집을 의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무리 국내 정치가 중요하다고 해도 안보·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깊게 얽혀 있는 이웃나라와의 의사소통마저 거부하는 게 과연 적절한 행동인지 아베 총리에게 묻고 싶다.

한-일 관계가 어려울수록 지도자들이 나서야 한다. 만난다고 당장 합의를 이룰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지 신중히 숙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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