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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진칼 백기사 등장에…KGCI, 지분경쟁 Go?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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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델타항공 등장하며 경영권분쟁 판정패 시각 커지자

한진칼 9.3%·한진칼우 15.1% 각각 하락

"KCGI, 투자손실 커지기 전에 발 뺄 것" 분석 우세

반면 "경영권 분쟁 아직 안끝났다…중장기 사안" 맞서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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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매입에 나서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깜짝 등장하자 그동안 한진칼에 칼을 겨눴던 행동주의 해지펀드 운용사 KCGI(일명 강성부 펀드)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지분을 20%까지 늘려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에 나서겠다던 KCGI가 계획대로 한진칼 지분을 확대할지, 정리할지를 두고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델타항공의 등판으로 그룹 개혁 동력을 상실했다는 시각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반론이 맞서는 상황이다.

◇주가 빠지는 한진…KCGI 퇴장 우려 탓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한진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33%(3200원) 내린 3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말 15.1% 급락한데 이어 이날도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날 한진칼우(18064K)는 11.78%, 대한항공우(003495)는 8.11%, 대한항공(003490)은 0.66% 떨어졌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혁 동력이 상실했다는 시장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KCGI가 대주주 일가와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 발을 뺄 것이라는 해석이 연쇄 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 투자 성향을 보이는 투자 주체가 한진칼 주식을 순매도한 것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날 장에서 연기금은 6457억원, 투신은 3411억원, 보험은 475억원 어치 한진칼 주식을 각각 팔았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는 행동 기한이 있기 마련인데, 기간 안에 기업 경영권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분을 유지해봤자 의미가 없다”며 “KCGI는 적당한 시점에서 한진칼 지분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CGI가 한진칼 보유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가 출자한 그레이스홀딩스(특수관계자 포함)의 한진칼 평균 매입 단가는 주당 약 2만6000원(주식대량보유 상황보고서 분석)으로 추정된다. KCGI의 설립 등기가 완료됐던 지난해 8월 이후 한진칼의 지분매입이 본격화됐을 것을 가정해 추정한 수치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KCGI 수익은 약 20% 이상으로 추산된다. 한진칼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할 여지를 고려하면 지분 정리가 밀릴수록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방식도 KCGI 입지를 좁게 한다. 이날 현재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5.98%다. 이 정도 대규모 지분을 정리하려면 통상 대규모로 거래하는 ‘블록딜’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이 거래는 보통 시가보다 적어도 10% 정도 싼 가격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증권가는 보고 있다. 이날 한진칼 종가인 3만1100원을 기준으로 하면 2만7990원에는 내놔야 한다는 의미인데 평균 매입단가와 차이가 크지 않다. 더구나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지분을 받아갈 대상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물량을 받아갈 주체를 찾는 것도 관건이고, 만약에 거래가 불발하면 매각가는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대주주 일가가 이 물량을 받아갈 가능성도 낮아 매도자 입장이 불리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금 상환 압박도 KCGI에 부담이다. 회사가 미래에셋대우증권에서 한진칼 주식 75만1880주를 담보로 받은 200억원 대출이 내달 22일 만기다. 이 대출이 연장되지 않아 자금난을 겪으면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11일 KCGI의 200억원 규모의 또 다른 주식담보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않았다.

◇`무슨 소리`…한진 경영권분쟁 아직 유효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3남매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지분 정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대주주 일가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KCGI가 판정패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은 속단이라는 것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원태 회장 등 3남매와 미망인의 상속 지분이 정해지지 않았고, 그들 사이에서 합의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아직 KCGI와 경영권 분쟁이 깨끗하게 끝난 것으로 보기는 섣부르다”고 전망했다. 이어 “적어도 상속 관련한 부분이 마무리되는 10월 초는 돼야 경영권 분쟁 이슈가 정리될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KCGI가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압박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행동주의 펀드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기업가치 재고를 위한 행동주의 관점에서, 기존 대주주 지분이 35%를 넘어가는 것을 막지 못하면 실패”라며 “조원태 회장이 이번에 우호지분을 40%까지 확보한 것이라면 행동주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지분 싸움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고, KCGI가 투자가에게 내건 투자 원칙 등을 고려하면 지분을 정리하기에 명분이 부족해 보인다”며 “추가로 주주제안을 하는 길이 열려 있으니 중장기적인 사안으로 봐야 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여론은 당사자의 입을 주목하고 있지만 델타항공의 투자에 대해 이면합의가 있다면 위법일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린 이후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KCGI 보도자료 배포 대행 업무를 맡은 구민정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지난 21일 입장 자료를 낸 이후 KCGI로부터 추가 입장을 낼지 계획을 전달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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