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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화웨이 블랙리스트가 中기술 자립 촉진”…퍼져가는 對中 압박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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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에 中 기업들, 기술개발 박차…자체 OS·반도체 생산

워싱턴포스트 “서방 기술 수입 차단돼 자체 기술 개발에 더욱 몰두할 것”

포린어페어스 “중국 정부가 10년 동안 한 것보다 미국이 중국 기술 발전에 더 기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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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對)중 압박이 오히려 중국 기업들의 기술 독립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A)는 최근호에서 ‘화웨이 블랙리스트가 역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통해 이 같은 양상을 소개하며 “중국 기업들이 머지않아 미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자국산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미 기업과 거래가 끊긴 중국 기업들이 필연적으로 자체 기술 개발에 몰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재에 따른 중국의 기술 자립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미국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대신한 독자 운영체제(OS)를 개발 중이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자사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제공하는 구글과 관계가 사실상 끊기게 되자 화웨이가 자체 OS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가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3개 도시에서 최대 1만 명의 개발자를 24시간 근무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초까지 자체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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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정보기술(IT)회사 알리바바도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 칩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AI 칩은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핵심 기술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4월 AI 칩 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당시 미 상무부는 화웨이에 이어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에 반도체 칩 등 전자부품 공급을 7년간 금지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하반기 첫 번째 AI 칩을 출시할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 시간)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퀼컴과 인텔, ARM 등이 지배하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자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 퍼져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이전부터 계속돼 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층 강화된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 의욕을 더욱 부추겼다는 의미다. 과거와 달리 거래 자체가 차단된 지금은 자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비를 쏟을 수밖에 없다고 WP는 분석했다.

FA는 “중국 정부가 10년 동안 공식 정책으로 독려해온 것보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을 제재함으로써 중국의 기술 발전에 더 기여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으로 중국에 당장은 고통을 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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