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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친절한 의학기자] 불면의 밤, 자려고 애쓸수록 잠은 달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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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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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더위 탓에 오수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잠은 왜 자야 할까요? ‘미국 수면과학의 아버지’ 윌리엄 디멘트는 “졸리기 때문”이라는 우답을 내놓았습니다. 수면이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처럼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잠을 얼마큼 자야 정상일까요? 수면 연구가들은 “하루 4~10시간 잠자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수면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아기처럼 숙면을 취하면 잠을 조금만 자도 피로가 풀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4시간만 잠자도 충분한 사람이 있습니다. 간혹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다며 낮잠을 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이른 오후(오후 1~2시경)에 15분 이내로 잠을 제한해야 밤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면 일찍 잠자리에 들기 마련입니다. 이는 절대로 해결책이 아닙니다. 잠을 자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잠은 멀리 도망갑니다. 졸릴 때에만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20분 넘게 잠들지 못한다면 차라리 졸릴 때까지 기다리다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게 좋습니다. 뒤척이며 누워 있기를 반복되면 오히려 눕기만 해도 정신만 멀쩡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잠을 청하려고 술 한잔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미권에서는 이를 ‘나이트 캡(night cap)’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나이트 캡은 수면을 일시적으로 유도할 뿐 잠을 중간중간 깨게 하는 등 수면의 질은 오히려 떨어져 다음날 더 피로해집니다. 게다가 술을 하루 한 잔 더 마실수록 수면무호흡증에 걸릴 위험은 25%씩 늘어납니다.

나이가 들면서 잠이 없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잘못된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필요한 수면시간은 크게 줄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깊은 잠이 줄어들고 자주 깨다 보니 밤잠은 줄지만, 낮잠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결국 밤잠과 낮잠을 합치면 전체 수면량은 젊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노년기 불면증은 신체ㆍ정신질환 때문에 많이 생기므로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면 대수롭게 여겨선 안 됩니다.

불면에 시달려도 중독 위험 때문에 수면제를 절대 먹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는데요. 수면제는 환자의 증상과 나이 등에 따라 다 다릅니다. 전문의 처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면 불면증의 고통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급성불면증은 수면유도제(졸피뎀)가 도움이 됩니다. 이주헌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수면제는 몸의 인지ㆍ신체적 기능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수면 전문가인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불면증 극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처방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일찍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라고 말합니다. 불규칙한 수면습관은 생체시계를 혼란스럽게 해 수면체계를 흔들기 때문이지요.

두 번째, 낮에 햇빛을 충분히 쬐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낮에 충분히 햇빛을 받으면 밤에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돼 쉽게 잠들 수 있습니다. 당장 하루 1시간 이상 산책하기를 권합니다. 산책하면 우울함도 사라집니다.

세 번째, 밤에는 절대로 운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녁이나 밤늦도록 운동을 하면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므로 잠자기 5~6시간 전에 운동을 끝마쳐야 합니다. 운동을 하면 혈압·맥박이 올라가고 각성 호르몬(코티솔)이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로, 무리하게 잠을 자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합니다. 침대 가까이에 시계를 두지 말고 잠을 자야 합니다. 시계를 보면 마음만 초조해질 뿐입니다. 잠자리에 누워서 10분이 지났는데도 잠이 오지 않으면 소파나 의자에 앉아 책이나 TV를 보다가 졸리면 다시 눕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 번째, 잠자리에 들기 전에 미리 생각을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생각이나 걱정이 많아지면 각성 호르몬(코티솔)을 자극해 잠들기가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잠이 오기 쉬운 몸을 만들어야 합니다. 체온이 내려가면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잠자기 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반신욕 등을 하면 숙면에 도움될 수 있습니다. 열대야가 눈 앞인데 이 같은 방법으로 숙면하기를 바랍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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