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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폐기가 대책이냐"…양파 대란에 갈아엎어진 농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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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하량 조정 실패로 대책은 산지폐기 뿐

계약재배가 아닌 농가는 시름만 더욱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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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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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이 동네가 다 양파로 먹고 사는 동네입니다. 지난 2년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고작 '산지폐기'가 전부예요. 양파로 먹고 사는 동네인데 이제 뭘 먹고 살란 말입니까."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홍백용 전남 무안군 양파생산자협의회 회장의 격앙된 목소리에는 분노와 한숨이 섞여 있었다. 생산 과잉에 따른 양파값 폭락으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풍작이면 해마다 밭을 갈아엎어야(산지폐기) 하는 정부의 농산물 수급안정대책에 대한 답답함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생산량 증가로 양파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마늘, 무, 감자 등 주요작물들도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 겨울과 최근 기상여건이 좋아진 것이 겹치면서 공급량이 증가해 지난해보다 30~40% 하락한 가격에서 거래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 낮은 가격을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재배 농가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가고 있다.


무안에서 생산자단체를 책임지고 있는 홍 회장은 24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무안 일대 양파 농가 상황은 역대 최악 수준"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무안은 국내 최대 양파 주산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시장 출하량을 줄여 전체 양파 농가의 손해를 조금이라도 막아보기 위해 현재 5차에 이르는 대규모 양파 폐기에 나서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생산량 예측으로 출하량 조절에 실패해 농가의 피해를 불러왔다는 게 양파 농가들의 주장이다.


실제 올해 양파가격은 유례없는 폭락으로 홍역을 치렀던 2014년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양파 20㎏ 도매가격은 8500원에 거래됐다. 1㎏당 425원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4020원)보다 39.4% 낮은 수준이다. 5년 평년 가격(1만5460원)과 비교하면 45% 급락했다.


문제는 산지폐기만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년 연속 폭락으로 농가에서는 생존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홍 회장은 "폐기처분하는 농가는 오히려 상황이 좋은 편"이라며 "200평 기준 양파 생산비가 147만원인데 농협과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 농가는 139만원을 받고 폐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나마 농협과 계약재배를 하지 않는 농가는 정부가 매수를 해주지 않는 이상 생산비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회장은 현재 4000평의 양파 농사를 짓고 있지만 농협과 계약재배를 하지 않고 있다. 생산비는 농가의 인건비가 모두 빠진 금액이다. 농사를 지을수록 손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 유통업계까지 나서서 지원하고 있지만 가격이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최근 3차 수급대책을 통해 양파 2만6000t을 긴급 수매하기로 했다. 거듭되는 대책에도 양파값이 하락하자 단기 출하조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 아울러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와 함께 양파 2만t 이상을 수출하기로 하고, 물류비 지원액을 기존 1㎏당 204원에서 274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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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파 농가들은 '전량 수매'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회 전남지부는 이날 무안군 삼향읍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양파 농가는 정부가 가격안정을 위한 특단의 의지를 보여줘야 하며 전체 생산물량을 단위 농협을 통해 수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파뿐만 아니라 다른 채소가격도 폭락해 산지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aT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산 깐마늘 20㎏ 도매가격은 9만8500원으로 1년 전(13만2167원)보다 25.5% 하락했다. 무 역시 20㎏ 도매값이 8900원에 거래되며 전년 동기보다 28% 떨어졌다. 감자는 20㎏ 도매가격이 2만2600원으로 1년 전(2만6960원)보다 16.2% 하락했지만 한 달 전(4만7680원)보다는 52.6% 급락했다.


채소류 가격은 당분간 하락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7월에는 가격 하락폭이 소폭 반등하겠지만 물량이 여전하기 때문에 전년보다 낮은 가격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파 농가들은 정부의 실효성 없는 뒷북대책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홍 회장은 "현재 주산단지 제도를 개선해 작물 생산을 조절하는 보호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음 달 30일 현상황과 관련해 무안군민과 대규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정책을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읍소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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