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신율의 정치 읽기] 친박연대론 솔솔…황교안 리더십 위기 맞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이코노미

홍문종 의원(사진 오른쪽)이 지난 6월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서 자유한국당 탈당선언을 한 뒤 자신을 공동대표로 추대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왼쪽)와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문종 의원이 자유한국당 탈당을 선언했다. 동시에 신(新)공화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교감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적지 않은 규모의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홍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 신당을 창당하면, 많으면 한국당 의원 40~50명이 동조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목할 점은 신당 창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교감 아래 이뤄진 것이라는 점과 신공화당을 창당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영입하겠다는 주장이다. 지금 홍문종 의원은 ‘제2의 친박연대’를 꿈꾸는가. 언론도 제2의 친박연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홍문종 의원의 제2의 친박연대는 과거 친박연대처럼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최소한 20석, 원내 교섭단체는 구성시킬 힘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

친박연대의 뿌리는 2007년 9월에 창당된 참주인연합이었다. 참주인연합은 명지대 총장이었던 정근모 전 장관이 대선 출마를 위해 창당했다. 이 참주인연합은 2008년 3월 미래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는데, 이것이 후에 친박연대가 된다.

미래한국당이 친박연대로 변하게 된 과정은 이렇다. 18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시 한나라당 친이계는 친(親)박근혜 의원에 대한 공천 학살을 자행했다. 이에 반발한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 등이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탈당 인사들은 이후 신당을 창당하려 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탈당했기 때문에 신당 창당을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없었다. 대안으로 친박계 정치인이 대거 기존 정당인 미래한국당에 입당한다. 이후 이들은 당명을 친박연대로 바꾸고 총선에 임했다. 친박연대는 18대 총선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정당 득표 13%를 얻어 당시 제3당이었던 자유선진당을 제쳤다. 친박연대가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다.

첫째, 친박연대가 총선에 임박한 시점에서 창당됐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공천 탈락자들이 미련 없이 한나라당을 탈당할 수 있는 환경이 친박연대 출범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이런 시기적 특징은 탈당 규모와 탈당 후 세력 형성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두 번째, 박근혜 당시 의원이 피해자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피해자 이미지는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국민은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동정론 확산도 빠르다. 이 같은 동정심은 선거에서 ‘가해자’에 대한 응징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박근혜 의원이 국민에게 피해자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은 공천 파동 때문이다. 2008년 총선에서 친이계가 친박계 공천 학살을 단행했을 때,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이 잘못돼 가고 있고, 기준도 없는 데다 엉망”이라고 분개했다. 그 유명한 “(친이계로부터)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말을 하면서 “살아 돌아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런 상황은 박근혜 의원과 친박 정치인이 권력의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세 번째는 박근혜 의원의 영향력이다. 18대 총선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이른바 정권 허니문 시기에 치러진 선거였다. 그럼에도 박근혜 의원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와 겨룬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네 번째, 서청원 의원 같은 포용력 있고 리더십 있는 정치인이 친박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서청원 의원이 탈당을 하지 않았다면 친박연대가 그 정도로 약진할 수는 없었을 터다.

친박연대 약진 이유를 정리한 것은 홍문종 의원의 친박신당이 다음 총선에서 약진할 수 있을까를 판단할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탈당 시기를 생각해보자. 홍문종 의원은 10월부터 40~50명 의원이 빠져나올 것이라 주장했다. 홍 의원이 구체적으로 시기를 못 박은 것은, 그때가 공천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즈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박연대가 탄생한 시기를 보면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이었다.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의원들은 일반적으로 공천을 위해 막바지까지 투쟁하다 그래도 안 되면 그제야 다른 선택지를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 거대 정당의 보호막을 벗어나 선거를 치를 경우 승리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공천 투쟁을 끝까지 벌이다 공천 탈락이 확정됐을 때 비로소 움직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홍문종 의원이 언급한 10월 대량 탈당설은 주관적 희망일 수 있다. 자유한국당 내 집단 탈당이 발생한다 해도 내년 2월이나 3월 정도가 돼야 할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두 번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영향력이 과거만큼 막강할 것인가다. 2008년 박근혜 전 대통령 영향력은 막강했다. 피해자 이미지, 탄탄한 지역 기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향수 등이 어우러져 형성된 영향력이다. 현재 시점에서도 박 전 대통령 영향력이 막강하다면 이런 요소들이 건재해야만 한다.

먼저 피해자 이미지를 보자. 많은 이들이 박 전 대통령 형량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박 전 대통령에게 잘못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증이 공존한다. 지금 국민이 갖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단순히 피해자로서의 이미지만은 아니다. 이는 박 전 대통령 지역 기반이 과거만큼 탄탄할 수만은 없음을 시사한다. 또한 애증이 중첩된 이미지는 국민이 갖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부분적으로 희석시킨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영향력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첫째, 과거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막강하던 때도 친박 정치인들은 탈당을 주저하다 총선 직전에 탈당 결단을 내렸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10월에 집단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둘째, 박 전 대통령이 갖는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친박 정치인들이 박 전 대통령 의중에 따라 움직이기 힘들 것이다. 셋째, 박 전 대통령 지역 기반인 TK 지역에서의 호응이 있어야만 홍문종 의원의 친박신당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사표방지 심리가 작동하면 친박신당은 고전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이는 모두 과거 역사를 기반으로 분석한 것이다. 또한 예측일 뿐이다. 정치는 생물이기에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상황 변화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엄청난 규모로 일어날 수도 있고, 자유한국당 물갈이 규모가 생각보다 큰 규모여서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대거 친박신당으로 몰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보수는 분열될 것이다. 보수가 분열되면 여권은 유리한 구도에서 총선을 치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당 황교안 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황교안 대표의 딜레마다. 공천에서 대폭 물갈이를 해야 다음 총선에서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보수 분열을 걱정해야 한다.
이런 걱정 때문에 물갈이 폭을 제한하면 유권자 지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홍문종 의원의 탈당 선언과 친박신당 창당 선언은 보수 입장에서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친박신당의 파괴력 그 자체보다는 친박신당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가 보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따라서 여권은 친박신당 약진을 오히려 기대할 가능성이 크다. 또 그런 기대를 현실화하기 위해 전략적 접근을 할 가능성도 크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본의 아니게 다시금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될 수 있다. 자신의 영향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정치적 전략의 결과로서다.

매경이코노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4호 (2019.06.26~2019.07.0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