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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여행+] 세상의 끝에서 자유를 외치다…남아공 더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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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골든마일리치 더반은 세계 3대 서핑 명소로 꼽힌다. [사진 제공 =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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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2주짜리 출장. 게다가 약간은 살벌한 느낌의 남아공이라니.

덜컥 겁부터 났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이건희 회장, 김연아 선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모두 다녀간 도시 더반이라는 말에,

절로 무장해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만든 역사적인 도시.

현지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곳이라는데 무슨 수식어가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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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중 320일 해가 비치는 해변…골든마일비치

온화한 아열대성 기후로 1년에 평균 320일 해가 비치는 더반(Durban)은 줄루(Zulu)어로 떼퀴니(Thekwini)라 불린다. '땅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인도양을 마주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해변 '골든마일(Golden Mile Beach)'에는 최고급 호텔과 숙박 시설이 늘어서 있다. 에디터가 묵은 호텔도 이 중 하나다. 길 하나만 건너면 해변을 거닐 수 있지만, 선뜻 자유롭게 다니지는 못했다. 현지 가이드가 일관되게 주의를 시켰기 때문인데…. 첫째, 호텔 밖에 나가게 되더라도 카메라는 두고 나갈 것, 둘째,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말 것을 당부했다. 사실 뭐가 그렇게 위험할까 싶었다. 여유롭게 서핑을 하고 곧게 뻗은 길을 따라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여느 바닷가와 다를 게 없다. 몇 번을 고민하다가 더반을 떠나는 마지막 날 아침 3명의 동행과 함께 '그 길'을 건너보기로 했다. 어리숙한 관광객처럼 보이지 않겠다고 가장 후줄근한 옷을 챙겨 입고 카메라는 품속에 꼭꼭 숨긴 채로 말이다.

토요일 아침 골든마일은 느긋한 주말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자전거 대여소 옆에 있는 브런치 카페는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집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이 날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차고 넘쳤다.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아빠와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치안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무색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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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퍼들의 천국 골든마일비치. [사진 제공 =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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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울림이 담긴 전통공연…페줄루 공원

아프리카의 매혹적이고 신비한 리듬에 빠져들고 싶다면 줄루란드가 답이다. 더반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줄루족이 사는 모습을 재현한 곳으로 전통 가옥을 비롯해 줄루족의 공연을 볼 수 있다. 골든마일비치에서는 버스를 타고 40분쯤 걸린다. 차창밖으로는 무성하게 자라난 사탕수수가 바람에 넘실대고 있었다. 줄루족 출신 가이드에 따르면 남아공에서는 사탕수수, 아보카도, 망고 등이 잘 자랄 뿐만 아니라 맛도 좋다고. 특히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일하러 온 인도 사람들이 정착해 오늘날 350만 더반 인구의 16%를 차지하고 있단다. 덕분에 더반은 인디언 카레가 맛있기로 유명하단다.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푸릇푸릇한 산등성이를 뒤로하고,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흙바닥을 무대 삼아 공연이 시작됐다. 맨발에 전통 의상을 입은 줄루족은 우렁찬 북소리와 함께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등장했다. 공연은 일부다처제 줄루족의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 공연에서 아프리카 토속 민족의 강렬한 예술혼과 깊은 울림이 전해진다.

■ 고급식당·카페 즐비한 해변가 호텔…오이스터 박스

움랑가(Umhlanga)는 고급 휴양 호텔들과 레스토랑. 카페가 즐비한 해변가로 최근 더반에서 가장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다. 이 가운데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방문으로 명성을 얻은 호텔이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오이스터 박스'다. 식민지풍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 호텔은 마치 클래식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구석구석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어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로비에서는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고, 꽃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공간에서는 하이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에디터는 오이스터 박스의 상징, 등대와 바다 그리고 풀장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기기로 했다. 바닷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어디선가 나타난 원숭이들이 테이블에 올려진 설탕을 집어 들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어느샌가 기둥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손에 움켜쥔 설탕 봉지를 쭈욱 뜯어 입에 털어 넣는다. 주문한 칼라마리와 아보카도&새우 샐러드, 화덕에서 구운 피자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와인을 곁들인 점심은 맛보다 분위기로 먹었음을 고백한다. 비싼 요금의 숙박이 부담스럽다면 에디터처럼 식사를 하며 오이스터 박스만의 독특한 매력을 즐길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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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반 가려면 = 직항은 없다. 최단 거리는 인천에서 홍콩 경유다. 에디터는 홍콩에서 대기 시간을 여유롭게 잡아 인천에서 오후 4시 비행기를 탑승했지만, 보통은 저녁 8시 비행기를 이용해 홍콩에서 대기 시간을 1시간30분으로 줄일 수 있다.

▶ 현지 분위기 살린 장터는 꼭 = 아이하트마켓(I Heart Market)이 대표적이다. 2010년 월드컵이 열린 모지스 마비다 스타디움(Moses Mabhida stadium)에서 열리는 아웃도어 마켓으로 현지 장인이 만든 공예품부터 먹거리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더반(남아프리카공화국) = 이지윤 여행+ 에디터]

* 취재 협조 = 남아프리카 관광청 & 남아프리카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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