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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靑발표 기무사 문건은 중간보고용… 최종본엔 '계엄위한 국회 통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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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에 소송 낸 군무원 주장

국방부도 "최종본 아니다" 답변

청와대가 작년 7월 공개했던 67쪽 분량의 이른바 '기무사 계엄 문건' 첨부 자료가 최종본이 아니라 각종 자료를 모은 중간보고용(초본)이었던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국방부는 최근 기무사 요원이었던 군무원 A씨가 '당시 원대 복귀 조치가 부당하다'며 정경두 국방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답변서에서 "청와대에서 언론 브리핑한 자료는 최종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종본에서는 그간 가장 문제가 됐던 '계엄을 위한 국회 통제' 관련 내용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청와대는 당시 '계엄 대비 계획 세부 자료'라며 이 문건을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계엄 문건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청와대는 "이 문건의 중대성과 국민 관심이 높은 만큼 국민에게 신속하게 공개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청와대는 문건의 위법성과 실행 계획 여부, 배포 단위 등에 대해 국방부 특수단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최종본이 아닌 보고용 문건을 갖고 '계엄 준비용'으로 과대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소장을 통해 "원고는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의 계엄령 관련 언론 브리핑 시 본문(8쪽)과 참고 자료(67쪽)를 처음 보았다"며 "저렇게 많이 작성했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본문을 작성했던 주요 담당자들은 언론 브리핑된 자료가 최종본이 아니라고 언급했다"고 했다. A씨는 또 "특별수사단 수사가 종결되는 시점에 최종 담당자 등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브리핑된 자료가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가져간 최종본이 아니다라는 언급이 나왔다"며 "최종본에는 '국회 통제' 부분이 없었다고 (담당자 등이) 밝혔다"고 했다.

청와대 김의겸 전 대변인은 당시 67쪽 분량 자료를 공개하면서 "'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보안 유지하에 신속한 (계엄) 선포, 계엄군의 주요 (길)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 관건'이라고 적시돼 있다"며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국회 의결에 여당(자유한국당) 의원이 참여하지 않도록 하고,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 처리해 의결정족수를 미달시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었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청와대가 발표했던 67쪽짜리 자료는 수십 년 전의 계엄령부터 시작해 온갖 내용을 모아놓았던 초본인 것으로 안다"며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의 현실에 맞게 많은 부분을 들어냈고, 국회 통제와 같은 부분 역시 제외됐다"고 했다.

국방부는 소송 답변서에서 "원고(A씨)가 직접 작성한 문건들이 청와대의 브리핑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과적 측면"이라면서 "원고(A씨)의 주장대로 청와대에서 언론 브리핑된 자료는 최종본도 아니다"라고 했다. A씨가 계엄 문건에 관여했다는 자체만으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브리핑이 최종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의 답변서와 전직 기무요원 소장에 기록된 내용이 맞는다면 청와대는 엉뚱한 중간본을 가져와 언론 브리핑을 한 것"이라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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