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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코오롱, 이번주 인보사 임상재개자료 美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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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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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이 이번주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임상 재개를 위한 소명 자료를 전격 제출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무허가 신장세포 혼입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인보사 허가 취소를 발표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인보사 임상 재개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실제로 FDA가 임상 재개를 허용하면 인보사는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앞서 FDA는 인보사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3일 코오롱 측에 임상 재개 승인 전까지 임상을 금지하는 임상 중지(Clinical Hold) 결정과 함께 금지 해제를 위한 자료 제출을 명령한 바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FDA에 관련 소명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미국 현지 유력 검증기관에 위탁해 소명 자료 권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편 미국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FDA를 설득할 만한 논리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왜 세포가 바뀌었는지 경위 해명이 가장 중요한데 실수를 저지른 과정에 대해 (국내 해명 때보다) 좀 더 고도화된 설명 방식을 채택해 고의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낼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미국 임상 재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보사 완제품을 시판한 국내와 달리 미국에서는 임상3상 중에 세포 변경 사실을 인지하고 신고한 점도 임상 재개 허용에 긍정적인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상 중에는 여러 사정 변경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FDA가 세포 변경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임상 진행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세포주 유래 변경으로 인해 임상이 중지됐다가 재개된 사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히트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방광암 세포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 중 세포액에 방광암 유래 세포가 아닌 전립샘암 유래 세포가 들어간 것을 뒤늦게 발견해 임상이 중지됐다. 하지만 전립샘암 유래 세포에 문제점이 없고 변경 과정에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FDA는 회사 측이 해명 자료를 제출한 지 8일 만에 임상 재개를 승인했다.

조양래 신테카바이오 연구소장(전남대 겸임교수)은 새로운 과학적 성과를 중시하는 FDA 입장에서 볼 때 인보사 임상을 허용할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조 소장은 매일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과학적 측면에서만 따져본다는 전제하에 "FDA가 신장세포의 유용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조 소장은 "당초 인보사 성분인 연골세포와 바뀐 것으로 확인된 293세포(신장세포)는 항체신약 등을 만드는 중간 과정에 많이 쓰이는데, 그 자체가 약으로 사용된 것은 인보사가 처음"이라며 "FDA 패널들은 종양원성(무한정 증식 특성)을 제거한 신장세포를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갖고 있어 임상 재개 결정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신장세포가 암을 유발한다는 우려에 대해 "인보사는 FDA 권고를 받아들여 종양원성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했고, 인보사 투약 후 수년간 집단적인 발병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 소장은 "고의로 세포를 바꿨다면 중간 과정에서 달라진 흔적이 있을 테지만 인보사는 오염된 세포가 마스터셀부터 계속 쓰였다"며 "실수로 변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FDA가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약처가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를 최종 결정하면 FDA 임상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또 검찰 조사와 환자 및 주주 소송이 계속되면서 기업의 부도덕성이 부각되는 점도 FDA 임상 재개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FDA는 치료제의 우수한 성능뿐만 아니라 기업 윤리에 대해서도 엄격하다"며 "식약처가 세포를 변경한 경위가 입증되지 않아 허가 취소를 결정하게 되면 FDA도 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DA에서 20년 넘게 의료기기 분야 심사관을 지낸 한 인사는 "FDA는 식약처의 허가 취소 결정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며 "코오롱생명과학으로선 미국에서 임상하는 것이 국내 시판 중인 제품과 별개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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