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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낙태죄 이어 군형법도 ‘위헌 6명’ 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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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군형법 추행죄 위헌 심리 전망

3차례 합헌 판단…4번째 심리 중

재판관 9명 중 진보 6명·중도 2명

명확성, 과잉금지 여부에서

평등권 침해 여부로 쟁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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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추행죄(92조의6)는 1962년 제정된 이후 지금껏 세차례 위헌 심판대에 올랐지만 모두 합헌 판단을 받았다. 다만 2002년 6(합헌) 대 2(위헌)로 소수에 불과했던 위헌 의견은 2011년 5 대 4, 2016년 5 대 4로 합헌 의견과 팽팽히 맞서게 됐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2017년 2월 인천지법에서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으로 이 조항의 위헌 여부를 네번째 심리 중이다.

군형법 추행죄의 위헌 여부를 따질수록 그 쟁점과 논리는 점점 풍부해지고 있다. 2002년엔 ‘기타 추행’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불분명하다며 법 조항의 명확성 및 과잉금지 여부만 다뤄졌으나, 2011년엔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지도 따졌다. 이때부터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도 본격 쟁점으로 떠올랐다.

헌재의 결정 추이를 분석한 논문 ‘군형법 추행죄 위헌소송에 나타난 동성애 담론 분석’(2012)을 보면, 2001년 헌법소원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동성애는 이 조항과 관련해 직접 거론되지 않았다. ‘기타 추행’이란 표현의 모호성이 쟁점이 돼 6 대 2로 합헌 결정이 났다. 그 후 성소수자 인권 의제가 부상하면서 2011년, 2016년 결정문에는 동성 간 성적 행위 처벌이 동성애자 차별인가에 대해서 치열히 논쟁했다.

이 논문을 작성한 추지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사회에서 2000년대 중후반부터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본격화됐고 시민사회가 불합리한 법에 대한 대응을 활발히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0년대 치러진 두번의 심리에서는 이 법 조항이 동성애를 탄압하는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지도 살펴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이후 지금까지 진행 중인 네번째 심리도 2011년, 2016년 때 쟁점이 된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쟁점은 유사하지만 헌법재판관 구성은 그 사이 크게 달라졌다. 세번째 합헌 결정 당시 헌법재판관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은 진보 성향, 2명은 중도 성향, 1명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를 두고 법률의 폐지나 개정 등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매직넘버 6’을 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의견이 일치했을 경우 위헌 결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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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아직까지 이 조항에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사람은 이석태 재판관이 유일하다.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헌재를 통해 받은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한 헌법재판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서면답변’을 보면, 유남석 헌재소장을 포함해 6명의 재판관은 “헌재가 심리 중인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종석·문형배 재판관은 “군대 특수성”을 언급하며 합헌 쪽에 힘을 실었다. 반면 이석태 재판관은 “합의에 의한 성 접촉은 동성애 여부 가리지 않고 처벌 않는 미국 군형법 등의 예에 따라 현재 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도 ‘가장 아쉬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군형법 추행죄 합헌 결정을 꼽기도 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변호사 시절 이 조항의 위헌소송대리인 단장을 맡은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군형법 추행죄 자체가 갖는 한계 탓에 위헌 결정을 전망하기도 한다. 군 성소수자 사건을 변호해온 김인숙 변호사(군인권센터 운영위원장)는 “헌법재판관 구성의 변화를 따지기 전에 이 조항이 헌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위헌 결정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한 조항이란 지적이 계속된다. 송상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은 “강제성 수반 여부와 행위의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현재는 군대 밖의 일까지 군형법 추행죄로 과잉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며 “‘군 기강 유지’ 같은 입법 목적을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징병제 분단국에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기본권 제한의 방식은 여러 가지다. 양심적 병역거부도 군 복무 외 다른 방식을 찾았다. 군인 간 합의한 성관계를 처벌로 범죄화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헌재의 다수의견(합헌)에 반대한 소수의견(위헌)을 보면,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까지도 ‘추행’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군의 전투력 보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의 범위에서 제외함이 마땅”하다고 적혀 있다. 이어 “정당한 절차에 따른 휴가·외박 등으로 영외에서 업무시간 종료 후 이뤄진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처벌”이라고도 밝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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