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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터뷰]에놉(ENOB), 유연하되 단단한 `솔루션스 박솔`의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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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밴드 솔루션스의 프론트맨 박솔이 싱어송라이터 에놉으로 다시 태어났다. 제공|해피로봇레코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ENOB(에놉). 낯선 이름의 이 뮤지션은 데이브레이크, 노리플라이, 소란 등 실력파 뮤지션이 다수 소속된 ’해피로봇레코드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인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로 데뷔 전부터 신뢰를 줬다. 지난 2일 데뷔 싱글 ’데자뷔(DEJA VU)’로 신고식을 치르고 베일을 벗은 그의 정체는, 흥미롭게도 밴드 솔루션스 보컬 박솔(33)이었다.

박솔은 Mnet ’슈퍼스타K3’ 출신 싱어송라이터로 지난 2012년 솔루션스를 결성, 영미 팝 밴드를 연상시키는 음색과 ‘퓨쳐팝’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꾸준한 활동으로 저변을 넓혀온 솔루션스는 2016년 10월 미국 투어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동아시아 4개국을 대표하는 밴드와 함께 ’파 이스트 유니언(Far East Union) 4개국 서킷 투어,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에 참여하는 등 국내및 해외의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박솔은 솔루션스의 보컬이자 프론트맨으로 밴드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그랬던 그가 생각지 못하게 새 이름 에놉으로 솔로 활동에 나섰다. 에놉은 솔루션스의 록 음악과는 다른 몽환적이고 칠(Chill)한 사운드를 가진 피비 알앤비(PB R&B) 스타일을 통해 기존과 다른 음악색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점은 솔로 데뷔한다고 해서 솔루션스 활동에 쉼표를 찍는 것도 아니다. 솔루션스 역시 올 여름 새 앨범으로 컴백을 준비 중인 상황. 솔로와 밴드 활동의 병행을 앞둔 에놉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만나 9년 만에 솔로 가수로 재데뷔 한 감회를 들어봤다.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아무래도 밴드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전에도 솔로로 시작했던 자아가 있어서, ’언젠가는 솔로를 해야지’라고 늘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시 솔로를 하려니 쉽지가 않더라. 다시 솔로 하게 됐을 때 무엇을 하면 더 즐겁게 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를 오랫동안 하다가 어느 순간 거기에 대한 윤곽이 조금씩 잡히기도 했고. 조금 더 늦기 전에 더 에너지가 넘칠 때 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작년부터 조금씩 조금씩 준비했다.

-활동명 에놉의 의미와, 그렇게 정한 이유는.

일단, 박솔과 분리시키고 싶었다. 앞으로 어떤 장르를 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이전 해왔던 모습과는 다르기 때문에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하다가, 글자수 4개에, 한 단어로 읽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본(bone)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 이를 뒤집어 에놉(enob)으로 하게 됐다. 내 뼈대에 어떤 옷을 입혀도 내 것으로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박한 이름이다. 그렇다면 에놉 뼈의 성질은 어떤 것 같은가.

음... 단단하다기 보다는, 형태에 맞게 잘 변할 수 있는 뼈대인 것 같다. 체형 조절이 가능한?(웃음)

-본인의 과거 솔로 음악도 듣나.

사실 내가 듣는 경우는 없다 하하. 솔로 1집 앨범을 늘 사랑하려고 애를 쓰는데, 초등학교 때 써놓은 일기장 보는 느낌이 든다. 진짜 아무 것도 모를 때 그냥 음악을 하고 싶어서, 홍대 클럽에 어쿠스틱 기타 메고 오디션 보기 위해 곡이 필요했고, 편곡도 뭐도 모르고 할 때 만든 앨범인데 뭔가 듣고 있으면 쑥스럽더라. 그래서 내가 찾아 듣는 경우는 없고, 주변 사람들이 듣고 싶다고 해서, 듣거나 그런 경우는 있다.

-타이틀곡 ’데자뷔’. 에놉으로서 첫 곡이라 의미가 클텐데 어떤 느낌을 주고 싶었나.

박솔 솔로는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음악이었다. 음악에 대한 많은 지식 없이 작곡이라든 그런 걸 해야 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게 포크라는 장르였다. 평소 음악을 가리지 않고 많이 듣는 편인데 그게 지금까지 내가 음악을 해 온 힘인 것 같다. 스스로 나를 쭉 돌아봤을 때, 나는 뒤로 그루브 타는 걸 좋아하고,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힙합이나 알앤비 쪽을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떻게 보면 완전히 나에게는 새로운 시도인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느냐를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한동안 내가 좋아하는 그 장르를 몸에 입히려고 1년 정도 힙합-알앤비를 많이 팠던 것 같다. 주변 친구들과 같이 하면서, 확신이 섰을 때 곡 작업을 본격적으로 했다. 그 당시 만든 데모들이 10여 개 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내가, 내가 생각했을 때 완성도가 가장 있다고 생각한 곡이 ’데자부’라 타이틀곡으로 선택했다.

-가사 내용도 몽환적이다.

개인적으로 잠이 많은 편은 아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어느 날 눈을 떴는데 너무 일어나기가 싫더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은 생각에 떠오른 가사다. 연인이랑 같이 누워있을 때, 같이 누워서 빈둥거리는 시간이 좋을 때가 있지 않나. 그런 이미지를 많이 떠올렸던 것 같다. 후렴구가 나온 다음에 다른 가사와 멜로디들이 나왔다. ’데자부’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췄다. 오늘 처음 같이 아침에 눈을 뜬 사람인데, 내가 이 사람을 예전부터 봐왔던 듯한 느낌? 분명히 낯선데 익숙한.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다.

-신곡에 대한 주위 반응은 어떤가.

멤버들에겐 사실 데모를 안 들려줬다. 발표한 다음에 들려줬다. 뭔가 부끄럽더라. 앨범 발매 후 주변 사람들이나 팬들 반응은, 특히 에놉을 처음 접하는 분들 반응은 내가 원했던 목표를 이룬 것 같다. 장르의 변화라는 건 아예 바닥을 옮긴 느낌이지 않나. 그러기 위해서는 설득력이나 타당성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왜 얘가 이걸 했지?’ 보다는 ’아 이래서 이걸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했는데, 다행히 사람들이 어색함 없이 그 노래 자체가 좋다고 받아들여준 것 같다. 싱글 내면서 목표로 한 게 그거였다. 그동안 박솔로서 보여줬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음악을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그것을 박솔을 끼지 않고 새롭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신인가수 에놉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어땠으면 하나.

흥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음악에 흥미가 생겨서 꾸준히 발표할 때 힘이 되면 좋겠다. 요즘은 조금만 검색해도 개인의 이력이 다 나오니까 철저하게 완벽하게 하지 않는 이상, 혹은 그렇게 하더라도 알 사람은 다 알지 않나. 뭔가 텍스트나 이미지로 분리시킨다기보다는 계속 꾸준히 음악을 솔로 작업을 계속 해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에놉이 더 머리 속에 들어오게끔 하자는 게 내 목표다. 그래서 음원 발매 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기도 했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에놉 음악 들어봤어?’ 하고 들을 수 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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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놉은 현재 밴드신이 처한 환경과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다져가고 있다. 제공|해피로봇레코드


-7월 솔루션스 컴백도 앞두고 있는데, 병행이 버겁진 않았나.

사실 에놉 싱글 발매하기 한 달 전 쯤부터 솔루션스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때 조금 정신 없는 건 있었다. 아무래도 장르도 다르고, 품이 더 들어가야 하니까. 그런데 지금은 적응이 되서 내 나름의 시간 분배라던가, 모드적인 분배는 되는 것 같다. 스위치 온오프가 된다고 할까? 지금은 괜찮다. 아무래도 솔로 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멤버들에게 조금 더 눈치 보이는 게 있어서(웃음), 멤버들이 뭘 원하면 그것부터 하는 편이다. 개인 작업은 남는 시간에, 잠을 줄여 새벽에 주로 했다.

솔루션스 활동도 벌써 7년째다. 내가 꿈꿔왔던 음악을 하고 있는 거 같은가.

사실 내가 그리는 큰 꿈은, 음악을 오래 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꾸는 꿈은 매번 다른 것 같다. 매 순간 그 때 꾸는 꿈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걸로 되게 행복한 것 같다. 이번에도 새로운 걸 하다 보니 공부를 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시너지를 내고 소통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너무 재미있더라. 10년째 음악 하고 있는데 여전히 새롭고 배울 게 많다는 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그렇게 할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도. 나에게 자극이 되는 걸 계속 찾으려 할 것 같다.

-새로운 친구들과의 작업은 어떤가.

편곡 작업 같이 해 준 친구가 오이스터라는 밴드에서 기타 치는 친구(김준협)다. 지금 ’슈퍼밴드’에서 나름 승승장구 하고 있는데, 그 친구도 나랑 거의 띠동갑이다. 작년부터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과 만나서 스케치도 해보고. 작업을 해보고 있는데, 뭐도 해보고 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러다 만난 한 명이 제세(김준협)라는 친구고, 더 진지하게 꾸준히 작업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하게 됐다. 지금 하고 있는 장르가 최신 트렌드에 가까운 피비 알앤비(PB R&B)인 만큼 그 트렌드에 가장 가까운 친구들과 작업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유행은 돌고 돌지만 같은 게 오는 게 아니라, 과거 유행했던 걸 요즘 시대 친구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트렌드가 되는 것 같다. 띠동갑 친구들과 어울려 소통하고 음악 작업 하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나도 깨지는 게 많았고, 그 친구들과 말 놓고 놀면서 내 의식도 좀 바뀐 것 같다. 음악도 더 편하게 나오고.

-나름 밴드신의 ’낀’ 세대로서 밴드신의 현 주소에 대해 느끼는 바도 궁금하다.

지금은 밴드신의 황금기가 많이 죽은 상태지만 나는 아슬아슬하게 그 황금기를 살짝 누렸던 것 같다. 솔루션스 데뷔 때부터 해서, (밴드신의 분위기가) 내려가는 과정도 느꼈고. 지금은 거기서 또 올라오려고 하나? 하는 조짐이 보이는 느낌도 있고. 냉정하게 말해 밴드음악이라는 장르가 내가 중학교 때 이후로 한국에서 엄청 대단한 붐을 일으키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강렬한 밴드 사운드에 피로도를 느끼는 사람도 많은 것 같고, 사람들은 점점 더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에 집중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밴드 음악은 앨범 단위로 냈을 때 가치가 있는 음악이다. 트랙 순서대로 그 밴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낸 한 장의 앨범을 들었을 때 그 밴드의 가치에 공감할 수 있는 건데 요즘 음악 소비 시스템에선 그러한 밴드 음악이 살아남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을 지 방법을 계속 찾아가야 하는 것 같다. 어느 선에서 밴드의 가치를 지킬 것인지, 어느 선에서 트랜스폼 할 것인지,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모르겠는 질문에 대해 계속 답을 내려고 하는 게, 어렵더라. 멤버들과는 그저 즐겁게 작업하자는 이야기를 항상 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밴드들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걸 봐왔는데, 진짜 위 선배 밴드들이 아직까지도 활동하고 있는 걸 보면서 뭔가 리스펙이 생기는 것 같다. 그분들의 음악이 내 취향과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밴드라는 폼을 계속 유지하면서 같은 멤버들과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존경스럽더라. 또 새로 생겨나는 팀을 보면서는 자극도 많이 받고. 낀 세대로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많이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에놉이 지닌 뮤지션으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나는 ’최대한 유행하는 걸 써먹고 돈을 많이 벌 거야’라는 생각도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패션도 트렌드에 맞는 브랜드가 있는거고, 장인정신의 브랜드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나는 그런 것 같다. 나는 내가 트렌디하고 싶어도, 완벽하게 트렌디해질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난 아직도 유재하(를 비롯한 그와 비슷한 음악)가 너무 좋아서, 잘 섞여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스스로 답을 내린 건, 5년 뒤 10년 뒤 사람들이 내 음악을 어떻게 들어줄까도 중요하지만, 나는 내가 나를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에놉을 떠올렸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남들이 생각하는 나도 물론 중요하긴 하겠지만, 그것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1년 뒤, 5년 뒤 내 앨범을 쭉 플레이 했을 때, 내 스스로가 되게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에놉으로서 곡 발표 계획은.

많이 하고 싶다. 그리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되고, 세트리스트가 되면 에놉으로서도 공연도 많이 하고 싶다. 사운드클라우드에 계속해서 데모나 스케치 작업을 올리면서 나름의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는 곡을 싱글로 내고, 그러고 나서 조금 더 방향이 구체화됐을 때 EP나 정규 작업도 하는 방식으로 가고 싶다. 또 현재 추구하고 있는 피비 알앤비 장르에서 또 다음 단계를, 뭔가 인류가 진화하듯이 계속 나아가는 과정을 음악으로서 보여드리고 싶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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