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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델타항공, 조원태 '백기사' 되나…한진칼 지분 4.3%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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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매입에 대해 자사 이익과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했지만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경영권 안정을 위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며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로 대한항공 등 계열사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대한항공과 맺은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주주들에게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미국과 아시아를 잇는 최상의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이번 투자로 JV 가치를 기반으로 한 대한항공과의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16% 가깝게 사들이며 조 회장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델타의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은 조 회장 측에는 호재다. 델타항공은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우호·협력 관계를 맺어온 항공사다. 델타항공 대한항공과 깊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경영을 맡은 조 회장을 흔드는 방향으로 의결권 행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고 KCGI가 15.98%로 뒤를 쫓고 있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아 다시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올려왔지만 지난 11일 미래에셋대우가 KCGI의 한진칼 주식 담보대출 연장을 거절하면서 KCGI는 22일 대출금 200억원을 상황하고 곧 200억원을 추가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으로 델타항공이 예고대로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늘리면 조 회장 측에는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40%에 육박해져 사실상 경영권 논란이 일기 어려운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이 주도해 2000년 창설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멤버로 참여했고, 지난해 5월에는 항공사 간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단계인 JV를 출범시키며 공동운명체가 됐다.

바스티안 CEO는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도 대한항공과 조원태 회장을 직접 언급하며 신뢰감을 나타냈다. 당시 그는 “대한항공과의 JV 파트너십은 강하고 견고하며 잠재력도 크다”며 “대한항공과는 스카이팀 창설 때부터 20년간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JV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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