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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檢, '임신 12주 이내 낙태'는 기소유예 처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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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檢 ‘낙태 사건 처리기준’ 마련

세계일보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일선에서 낙태죄를 수사하는 검찰도 임신 기간 12주 이내에 낙태를 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미 사문화된 처벌조항과 바뀐 인식 등 세태를 반영했지만 향후 ‘합법적 낙태’로 인해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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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임신 12주 이내 낙태죄는 기소유예 처분

21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낙태죄 사건의 현황 및 내용을 점검한 뒤 ‘낙태 사건 처리기준’을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 내려보냈다.

대검은 낙태 당시 임신 기간이 12주 이내이고, 헌재가 허용 사유로 예시한 범위에 명확히 해당하는 사례일 경우에 기소유예 처분을 하도록 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을 말한다. 광주지검이 최근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미성년자가 임신 12주 이내에 낙태를 한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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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또 임신 기간 12∼22주 이내에 낙태했거나, 헌재가 낙태 허용 사유로 예시한 범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는 사례에 대해서는 국회가 낙태죄에 대한새로운 입법을 할 때까지 기소중지하기로 했다. 이미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을 우선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건에서는 선고유예를 구형하고, 반대로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건이나 상습적으로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 관련 사건에서는 유죄를 구형하기로 했다.

아울러 임신 기간이나 낙태 사유 등에 대해 추가로 사실관계 조사가 필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재판부에 추가 심리를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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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일각서 생명경시 풍조 만연 등 우려의 목소리 여전

검찰의 이번 결정은 지난 4월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에 따른 조치다. 헌재는 당시 “태아가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낙태죄 처벌 조항이 이미 사문화됐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법조계 안팎에서 이어졌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낙태죄로 기소된 사람은 평균 13명에 불과했다. 연간 이뤄지는 낙태 추정 건수가 5만건(2017년 기준)에 이르는 데 비하면 대다수는 법망을 피해간다는 의미다. 사회적 흐름도 7년 전과 상당히 달라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4월 10일 전국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낙태죄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8.3%로 집계됐다. 2010년 리얼미터가 ‘낙태 허용 여부’를 물은 결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53.1%였던 것과는 상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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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4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아이를 안고 나온 한 여성과 ‘태아는 생명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이들이 낙태죄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하지만 일각에서는 태아의 성장 상태에 따른 생명권을 인위적으로 박탈했다는 비판과 향후 ‘합법적 낙태’로 인해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검찰의 이번 기소유예 처분 지침으로 낙태시술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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