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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암 집단 발병 익산 장점마을 비료공장서도 5명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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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영향조사 설명회

“공장서 발생한 발암물질

마을 주민의 암과 연관성”

환경오염 피해구제 추진키로



경향신문

환경부 관계자가 20일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이 비료공장에서 발생한 발암물질과 관련 있다는 내용의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주민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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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인근 비료공장 노동자 5명도 암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노동자와 장점마을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린 것은 비료공장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발암물질 탓일 것으로 추정됐다. 주민들이 비료공장과의 연관성을 주장해온 지 10여년 만에 정부가 환경역학조사를 벌여 밝힌 결과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20일 익산 국가무형문화재통합전수교육관에서 ‘장점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에게 나타난 피부암, 담낭암 등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발생한 발암물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비료공장 노동자 5명도 암에 걸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인근 비료공장인 (유)금강농산 사업장 내부와 장점마을 주택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검출됐다.

TSNAs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이 비료공장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TSNAs가 함유된 연초박을 KT&G 신탄진공장에서 2242t, 광주공장에서 177t을 반입했다. 마을 인근에서도 이 성분이 검출됐는데 공장 굴뚝에서 배출된 분진이 날아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담배 특이 니트로사민은 장점마을 15개 지점 가운데 5곳에서 나왔지만, 장점마을 외의 대조지역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환경과학원은 비료 생산과정에서 발암물질(TSNAs, PAHs 등)이 발생했고, 마을에서도 검출된 점, 전국 대비 암 발생비율이 크게 높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때 비료공장 가동과 장점마을 주민의 암 발생이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환경과학원은 그러나 가해 비료공장의 파산으로 발암물질이나 사업장 배출과의 상관성 등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익산시에 주민 건강 관찰 등 사후관리를 요청하고, 피해 주민에 대한 구제를 ‘환경오염 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추진키로 했다.

환경오염 피해구제는 환경오염 피해의 인과관계에 개연성이 있으면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원인을 제공한 사업자가 원상회복과 배상책임을 져야 하지만, 사업자가이행 능력이 없는 경우 환경부에서 피해 주민들에게 구제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결과를 도출해 내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사이 많은 주민들이 숨졌다”면서 “이제 국가가 어떤 책임 있는 대책을 추진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장점마을에서는 비료공장이 들어선 2001년부터 저수지의 물고기가 대량 폐사했고 암 환자가 줄을 이어 발생했다. 현재까지 마을 주민 80여명 중 30명이 암에 걸렸으며 이들 중 17명이 사망했고 13명은 투병 중이다.

박용근·배문규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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