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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강원 산불 때도 소방 무전 '먹통'…곳곳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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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4월 강원도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을 잡기 위해 전국의 소방관들이 달려가 사투를 벌였지요. 그 덕분에 불길을 빠르게 잡을 수 있었는데 소방관들이 그렇게 목숨 걸고 진화작업을 벌이던 그 위험한 현장 곳곳에서 무전기가 먹통이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미 지난 2017년 제천 화재 참사 때 무전기 문제가 불거져 낡은 것을 바꾸는 조치를 했지만, 또 같은 일이 벌어졌던 겁니다. 이 문제 이슈리포트 '깊이있게 본다'로 짚어보겠습니다.

백운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29명이 희생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 2층 목욕탕에서 구조요청 신고가 이어졌던 화재 초기에 소방무전은 먹통이었습니다.

[소방관-상황실 무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일) : …….]

이런 현상이 18분 동안 이어졌고 그렇게 골든타임은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강원 산불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SBS가 입수한 강원도 고성·강릉·동해·인제 소방서의 소방활동 검토회의 보고서입니다.

4개 소방서 모두 강원 산불 현장에서 자주 있었던 '무전 통신 불량'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우선 다른 지자체와 교신이 불가능했고 지휘본부와의 교신도 어려웠다고 평가했습니다.

전국 모든 무전기가 연결되는 통합 채널이 있었지만, 각 지자체별로 환경 설정을 다르게 해놔 교신이 안 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강원 산불 현장투입 소방관 : (화재 현장에)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제가 무전을 통해서 위치를 알려줘야 하고,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는지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무전기니까…. 계속 전국망을 잡아 봤지만 안 잡혔고요.]

제천 화재 참사 이후 노후 무전기를 디지털 무전기로 바꾸면서 새로 도입한 통신 프로그램도 문제였습니다.

대원들이 교신하는 중간에라도 지휘관 무전기의 지시사항이 끼어들도록 했는데 이 기능이 오류를 일으킨 겁니다.

또 혼선이 일어나거나 무전 소리가 안 들리는 지역도 있어서 상황 통제도 어려웠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지휘 본부와 이 무전기로 연락하려면 제 뒤로 보이는 중계 장치를 통해야 합니다.

그런데 산과 골짜기가 많은 강원산불 현장에서는 이런 중계 장치의 통신 범위를 벗어난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소방청은 전국 단위 재난 때 지자체 사이 무전이 원활하도록 전국 표준화 작업을 다시 지시하고 지휘관이 아닌 대원의 무전 교신은 최소화하는 지침을 내려 10월까지 개선 작업을 마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계 장치 사각지대 문제는 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현장에 나간 소방차에 간이 중계기를 붙여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안은 아직 연구 단계입니다.

[공하성/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무선 통신은 국민의 안전뿐만 아니라 소방관의 안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무전기 등 장비의 안정성과 신뢰도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소방 임무의 특성상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큽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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