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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문화재청, ‘성락원 가치 없다’ 보고받고도 사적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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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서울 성북구 성락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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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명승 성락원이 1992년 사적으로 지정될 당시 전문가들의 우려가 일부 전달됐음에도 지정 절차가 급속도로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일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기록원에서 입수한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 성락원 조사보고서 등 관련 문건에 따르면, 1992년 당시 문화재 당국과 지자체는 모두 성락원에 문화재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1992년 3월 9일 문화재전문위원 3명과 문화재관리국 공무원 2명이 조사한 뒤 작성한 보고서는 ”각자(ㄱ)가 돼 있는 영벽지 주변은 보존가치가 있으나, 기타 부분은 건물 신축, 조잡한 조경 등으로 심히 크게 변형돼 국가지정 가치가 상실됨”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각자(ㄱ) 부분은 원형을 보존하고 주변을 정비하여 보존하는 방안을 서울시에서 검토하는 것이 좋겠음”이라고 덧붙였다. 성락원 본채 건물에 대해서는 “의친왕 별궁으로 전해지나 60여년 전에 재축돼 그 원형을 알 수 없으며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1955년경 심상준이 24칸으로 재축했다”고 적어 넣었다.

1992년 8월 서울시가 문화재관리국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보고서도 성락원 내 추사 추정 글씨에 대해 “확인이 어려우므로 현재로서는 지방문화재로서 가치가 없는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평가했다. 또 ‘성락원 조사보고서’에 첨부된 문서에는 성락원 소유자 측이 연혁을 기술하면서 ‘철종시(1856년) 심상응 이조판서 기거’라고 적었는데, 이러한 주장이 고증 없이 사실로 둔갑한 것으로 보인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전문가들이 문화재 가치가 없다고 했음에도 1992년 8월 13일 문화재관리국장이 작성한 보고서는 이전 내용을 빼고 ‘조선 별서조원의 유일한 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문화재청이 철저히 조사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진행 중인 용역 결과를 종합해 사실관계를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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