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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피격에 美드론 격추…끓어오르는 호르무즈 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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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긴장으로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 위험 급상승

연합뉴스

13일 오만해에서 공격받아 불에 타는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세계 최대의 해상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비등점'에 부쩍 다가서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해역의 입구로 중동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길목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군사 충돌로 막히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르리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정도다.

폭이 30∼4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란은 물론 어느 쪽이든 결심만 하면 군사적으로 쉽고 빠르게 봉쇄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다분히 자해적이지만 전력 차이가 현저할 때 열세한 쪽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비대칭적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날카로워질 때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벼랑 끝 위협'으로 맞서곤 했으나 지금까지 한 번도 실행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이란이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군사력으로 막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지만 이곳을 둘러싸고 최근 발생한 사건이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오만해에서 지난달 12일과 이달 13일 유조선을 겨냥한 공격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2척), UAE(1척), 노르웨이(1척) 선사의 유조선이, 이번 달에는 노르웨이(1척)와 일본(1척)의 유조선이 기뢰 등으로 추정되는 수중 무기로 공격받아 훼손됐다.

미국은 이번 달 공격의 주체가 이란 혁명수비대라고 지목했다.

20일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지점에서 미군의 정찰용 무인기(드론)를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

이란은 이 드론이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고 하고,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의 공해 상공이라고 주장하면서 격추 지점은 엇갈리지만 격추 자체는 사실로 보인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20일 "미국 드론 격추는 우리의 영토와 영해는 '한계선'이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명확히 전달한 것이다"라며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조국 방어를 위해 완전 준비태세를 갖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드론 격추로 그간 설전과 군사 자산의 '위력 시위'에 그쳤던 미국과 이란의 대결이 물리적 접촉으로 확대된 셈이다.

최근 한 달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바다와 상공에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의 재료가 하나씩 쌓이고 있는 것이다.

20일 이란군의 미군 드론 격추가 알려지자 브렌트유의 가격은 3.1% 상승했고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3.2%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걸프 해역의 유조선을 공격대상으로 삼아 '유조선 전쟁'으로 불렸던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중반의 위기 이후 분위기가 가장 험악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984년 이라크의 이란 원유수출항 하르그섬 공격으로 촉발된 '유조선 전쟁'으로 이란과 이라크는 상대방에서 생산된 원유를 실어 나르는 제3국의 상선까지 공격했다.

당시 이라크의 선제공격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맞섰으나 미국이 직접 군사 개입하겠다고 위협해 실제 봉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약 4년여간 주로 이라크의 공격으로 걸프 해상에서 유조선 등 상선 540여대가 공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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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위성사진
[AP=연합뉴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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