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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MT리포트] 내국인 근로자도 외국인 '차등임금' 반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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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편집자주] “외국인 근로자에게 똑같은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제1 야당 대표의 발언을 두고 시끄럽다. 중소기업의 요구를 대변한 것이라지만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역차별 대상으로 지목받는 내국인 근로자와 청년 ‘취준생’의 반응은 싸늘하다. ‘차별 금지’라는 보편적 가치 이면에는 일자리 침탈에 대한 우려가 있다. 정치권에서 촉발된 ‘외국인 근로자 임금 차등’ 문제를 들여다 봤다.

[the300]외국인 '임금 감소', 내국인 경쟁력↓·노동 수급 '미스 매치' 심화…與 "현실성 '제로'"

머니투데이

지난달 1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동 협력회관 앞 도로에서 열린 129주년 세계노동절 경북대회에 참석한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관계자의 대회사를 청취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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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비화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똑같은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정쟁의 불씨를 당겼다. 황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세계에도 부끄러운 망언”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정작 역차별 대상으로 지목되는 내국인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소모적 논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임금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당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한국당)을 만나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외국인 근로자 1년 차는 최저임금의 80%, 2년 차는 최저임금의 90%, 3년차 이상은 100%를 주는 방식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내국인의 87.5%에 그친다는 자체 조사를 근거로 외국인 근로자에 수습 기간을 두고 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는 “외국인 근로자의 업무습득 기간은 내국인보다 길다”며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임금과 별도로 숙식비를 제공하고 국민연금까지 부담하는 문제도 거론했다. 이를 토대로 김학용·엄용수·박대출 등 한국당 의원들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내국인 근로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외국인 노동자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당사자임에도 경영계 주장을 적극 반박하며 외국인 노동자 편에 선다.

‘명목상’ 이유는 외국인 차별을 금지하는 보편적 가치 추구다. 근로기준법 6조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 22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등은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해 처우해선 안된다고 써있다. ‘말 못하는’ 이유도 있다. 임금 차등 적용으로 내·외국인 간 일자리 경합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다.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삭감으로 노동 시장에서 내국인의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같은 우려는 해외에서도 제기됐다. 독일 건설업 노동자들은 1996년 파업을 통해 내·외국인 근로자의 동일 임금 체제를 관철시켰다. 전체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2017년 12월 발간한 ‘국제경제리뷰-글로벌 외국인 고용현황 및 시사점’에서 임금이 저렴한 외국인과 내국인 간 일자리 경합 등으로 전체 임금의 하방 압력이 초래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실성도 떨어진다. 여당인 민주당은 외국인 근로자가 인력 공급이 어려운 저임금 업종에 근로하면서 노동 수급의 ‘미스 매치’를 해소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배제하는 정책에 앞장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2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 “우리나라 청년들과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같이 조치하면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외국인 고용허가제 규모를 극단적으로 좁혀야 한다”며 “이 경우 일부 업종에서 사람을 더 못 구하는 ‘미스 매치’가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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