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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 잃은 日아베, 선거 목전 '사라진 연금' 재현 공포에 '격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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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청 보고서로 공적연금 논란 거세…참의원선거 앞둔 정권에 악재

아베 "금융청은 엄청난 바보" 막말…2007년 '연금실각' 재현 우려

野, 아소 문책·불신임 결의안 제출…재무성보고서 '정권배려' 논란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선거를 앞둔 일본 정계에서 노후에 2천만엔(약 2억1천800만원)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이른바 '2천만엔 보고서' 논란이 거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와 관련해 격노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발뺌도 하는 등 다양한 태도를 취하며 사태 진정에 애를 쓰고 있지만, 여당 자민당 내에서는 과거 연금 문제로 선거에서 참패했던 '사라진 연금' 사태가 다음 달 말 참의원 선거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여야 당수토론에서 "나는 좀처럼 격노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민당에서 대체로 알려져 있다. 온화하고 원만하게 살아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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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손으로 가린 모습. 사진 왼쪽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갑작스러운 성격 얘기는 전날 아사히신문의 조간 지면 보도로 알려진, 자신의 금융청 비난 발언을 해명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지난 10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금융청의 '100세 시대에 대비한 금융조언 보고서'로 인해 야권의 추궁을 당한 뒤 주위에 "금융청은 엄청난 바보(大バカ者)다. 그런 것을 적다니"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 나라의 정상이 이런 원색적인 비난 발언을 했다는 것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아베 총리가 당황하면서 자신의 성격 얘기를 꺼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중요한 것은 국민에 오해를 주는 자료를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거센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금융청의 보고서는 95세까지 생존할 경우 노후에 2천만엔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는 교수와 경제학자, 금융기관 관계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금융심의회의 태스크포스(TF)가 만든 것으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자문을 거친 뒤 지난 3일 공표됐다.

보고서에 대해 비난이 쏟아진 것은 아베 총리가 그동안 해왔던 공약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공적연금의 보장성을 강조하면서 연금만으로 노후자금이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보고서가 사실상 공적 연금제도의 보장성이 낮다는 것을 실토한 셈이다.

이에 따라 "갑자기 2천만엔을 어떻게 마련하냐", "정책의 실패를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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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일본 국회에서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국민민주당 대표(왼쪽)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당수토론을 하는 모습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비난 여론을 더 키운 것은 아베 정권의 어설픈 대응이었다.

아소 부총리가 스스로 자문을 했던 보고서가 부적절하다며 "정부 입장과 달라 공식 보고서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고, 아베 총리는 금융청 차원의 문제로 다시 '꼬리 자르기'에 나섰지만, 책임을 피하는 모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이다.

이 문제는 아베 정권의 인기에도 악영향을 미쳐 지난 15~16일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3%포인트 하락(40%)했다. 아소 부총리가 "정부 입장과 다른 보고서"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68%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16일 오후 도쿄 도심에서 2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정부를 비판하는 거리 행진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금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자 아베 정권은 다음 달 21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참의원 선거에서 2007년 1기 아베 정권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던 '사라진 연금' 사건이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5천만건에 달하는 국민연금 납부기록을 분실했는데, 이는 '사라진 연금' 사건으로 불리며 국민의 분노를 낳았다. 이를 계기로 자민당은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며 정권을 민주당으로 넘겨줬다.

야권은 참의원 선거를 앞둔 대정부 공세의 재료로 '2천만엔 보고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입헌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아소 부총리에 대한 문책 결의안을 문책 결의안을 제출했으며 내각불신임안 제출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야권은 이날 오후에는 아소 부총리가 금융담당상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의원에 그에 대한 불신임결의안도 제출했다.

결의안에서 야권은 "스스로 자문했던 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야권은 또한, "자질에 대한 의문과 오만한 언행에 대한 비판은 참을 수 없으며 장관직에 있을 인물이 아니다"며 그가 조속히 사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자민당 측은 "매우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재무성의 자문기관 '재정제도 등 심의회'가 여당을 배려해 연금의 보장성 문제에 대한 부분을 삭제한 보고서를 내 논란이 더 확산할 전망이다.

심의회는 당초 이 보고서의 초안에 '공적연금 수급 수준의 저하가 예상되니 자조 노력을 촉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넣었지만, 최종본에는 빠졌다.

도쿄신문은 이와 관련해 아베 정권이 금융청 보고서로 야권의 비판을 받는 가운데 연금 수급액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빼서 아베 정권을 배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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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금융청의 '100세 시대에 대비한 금융조언 보고서'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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