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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와이파일] KFC 닭껍질튀김, 기자가 직접 먹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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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9일) 하루 종일 검색어 순위로 11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KFC 닭껍질 튀김'이 화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제품이 대용량 액상 요구르트와 KFC 오리지날 치킨 튀김 껍질이었는데 정말 꿈이 다 현실로 이뤄진 셈입니다.

KFC에서 깜짝 이벤트로 전국 6곳에서만 닭껍질 튀김을 판매하면서 이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얼마나 인기인가 호기심이 발동해 19일 오전에 6곳 중 하나인 노량진 점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통화 자체도 어렵사리 성사됐거니와 점원 말로는 대기 중인 닭껍질 튀김 주문 건수가 100건이 넘어서 3시간 이상 걸린답니다. 물론 KFC 본사 역시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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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단 노량진 점은 패스. 강남역 점은 안그래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노량진 점 이상으로 붐빌 것 같아서 패스. 한국외대 점은 너무 멀어서 패스. 그나마 YTN에서 가까운 연신내 점에서 구매가 가능한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연신내 점은 아예 전화 통화 자체가 안 되더라는 것입니다. 결국 가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고로 KFC 연신내 점 앞에는 좁은 시장 골목이라 주차를 할 공간이 없습니다. 내비게이션으로 부근 주차장을 찍고 거기에 차를 댄 다음 얼른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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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뿔싸! KFC 연신내 점 입구에 "닭 껍질 한정판매 종료 되었습니다.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맥이 탁 풀려서 프렌치 프라이라도 먹으려고 매장에 들어갔는데 뜻밖의 행운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전 주문한 고객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닭튀김껍질 3개가 갑자기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된 겁니다.

3개 다 제가 차지하고 싶었지만 마침 매장에 딱 저를 포함해 3명의 고객이 있어서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가졌습니다. 가격은 2,800원인데 양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한 새우깡보다 약간 큰 크기의 튀김 조각이 10여 개 정도 들어 있었고, 종이 상자 바닥에 칠리 소스가 뿌려져 있었습니다.

간발의 차로 기회를 놓친 손님들이 있어서 사진을 찍을 때도 눈치가 보였고, 첫 조각을 입에 넣을 때도 이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제법 긴장해서 땅에 떨어뜨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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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맛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KFC 오리지날 치킨 튀김 껍질과 맛은 동일합니다. 바삭바삭하고, 짭쪼름하고, 고소한데 살짝 느끼합니다. 아하, 그래서 칠리 소스가 바닥에 뿌려져 있었네요. 찍어 먹어보니 맛의 밸런스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 나머지 조각을 나눠주고 모처럼 생색을 냈습니다. 그런데 문득 왜 2,800원짜리 닭껍질 튀김이 이렇게 선풍적 인기를 끈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KFC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그것도 일부 지점에서만 닭껍질 튀김을 판다는 사실을 알게된 한 누리꾼이 현지 여행까지 가려고 했는데 현지의 정국 불안으로 무산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DC 인사이드 치킨 갤러리의 네티즌들에게 호소해 함께 한국에서도 닭껍질 튀김 판매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국내 딱 6곳에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닭껍질 튀김을 판매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놓고 의도적인 '바이럴 마케팅'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로 드라마틱한 행사가 성사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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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희귀성입니다.

로버트 차알디니 (Robert Cialdini) 라는 미국 심리학자가 1985년에 펴낸 Influence: Science and Practice 라는 책에 선풍적인 인기의 원인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희귀성의 원칙'이 나와 있습니다.

저는 1996년 차알디니의 이 책을 번역한 '설득의 심리학' (이현우 옮김, 21세기북스 출판) 을 읽고 '희귀성의 원칙'을 알게 됐는데 설득의 심리학 316페이지엔 '이번과 같은 기회는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 이벤트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 가질 수도 있다는 '잠재적 상실성'이 이런 한정 판매 전략의 기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심리학자 브렘 (Brehm)이 제시한 '심리적 저항 이론 (psychological reactance theory)'에 따르면, 선택의 자유가 제한됐을 때 그 자유를 유지하기 위한 동기가 생겨나서 그 대상을 이전보다 더 강렬하게 원하게 된다고 합니다. 비슷한 내용인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도 있습니다. 선택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면 역으로 더 갈망하게 되는데 이를 '부메랑 효과 (Boomerang effect)' 혹은 양가의 부모가 반대해서 더더욱 서로를 갈망하게 됐다는 의미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Romeo and Juliet effect)' 라고 부릅니다.

결국 이 이론들을 이번 상황에 대입해보면, 인도네시아에서만 이뤄진 이 희귀한 이벤트를 통해 동기가 부여된 고객이 비슷한 수요를 자극해 집단행동에 나섰고, KFC 한국 지사는 '희귀성의 원칙'에 충실하게 딱 전국 6곳에만 한정 판매에 나선 겁니다. 예전에 허니 버터칩, 꼬꼬면 파동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 셈이죠.

저도 직접 경험했지만, 6곳 모두 반나절 만에 다 제품이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물론 KFC 측은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물량의 대량 공급이 힘들어 6곳으로 제한했다고 밝혔지만, 제 설명을 들으신 분들은 KFC가 이번에 얼마나 꼼꼼하게 행사를 기획했는지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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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FC가 안고 있는 불안요인도 분명히 있습니다.

첫번째, 수요가 높다고 과도하게 공급을 늘렸다가 오히려 수요를 낮출 수도 있다는 점. 수요는 금세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지만, 공급은 늘리거나 줄이는 게 쉽지 않죠. 많은 생산, 유통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즉, 수요는 소셜미디어 등의 영향을 받아 매우 탄력적일 수 있지만, 공급은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이란 얘기입니다. 일단 소비자들의 판매 확대 요청이 많다 보니 KFC 측은 한정 판매 점포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허니버터칩, 꼬꼬면 사례를 감안해 갑자기 대폭 확대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두번째, 너무 짧게 한정 판매 이벤트를 진행하면 미처 구매 기회를 갖지 못한 소비자들이 짜증을 낼 것이고, 너무 길게 이벤트를 가져갈 경우, 희소성에서 기인한 인기가 자칫 시들해질 수 있을 겁니다. 매우 사려 깊게 이벤트를 준비한 KFC로선 '희귀성의 원칙'을 잘 이용해 폭발적인 인기를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기간을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그 증거로 이번 이벤트와 관련해서 시작 시점은 2019년 6월 19일로 되어 있지만, 한정 판매라면서도 마감 시점은 따로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유동적인, 유연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세번째, 제가 직접 맛을 보고 느낀 건 닭튀김 껍질은 KFC 오리지날 치킨의 대체재 성격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보완재로서 이 닭껍질 튀김을 먹고 KFC 오리지날 치킨을 먹고 싶어진다면야 KFC로선 금상첨화겠지만, 솔직히 저는 이 제품이 고정 메뉴로 자리를 잡는다면 오리지날 치킨을 덜 사먹을 것 같습니다.

'희귀성의 원칙'은 참 매력적입니다. 저도 SNS나 전화 통화를 통해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 제품을 어렵사리 연신내 점까지 가서 사는 수고를 했기 때문에 이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정 판매라서 너무 인기가 좋아 이 제품을 당장 맛보지 못한다고 너무 아쉬워 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갈망할 수록 분명히 기업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높아진 수요에 맞춰 공급을 적정 수준으로 늘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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