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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비둘기'로 변신한 Fed…결국은 트럼프 뜻대로?(종합 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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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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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19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미ㆍ중 무역갈등, 글로벌 경기 등에 따른 미국 경제의 불안감을 인정하고 그동안의 기준금리 동결 입장에서 비둘기적 태도로 정책 방향을 바꿨음을 분명히 했다.


◇ 한 달 만에 달라진 경제 전망


이날 FOMC에서 Fed는 지난 3월의 경제전망을 유지하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Fed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로 유지하는 한편,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5%로 낮췄다. 지난달 FOMC에서 낮은 물가를 일시적 요인이라고 평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요 외신들은 Fed가 물가전망을 낮춤으로써 비둘기 기조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인하를 전망하지 않은 위원들도 다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선제적 대응이 사후 대응보다 훨씬 가치 있을 것”이라며 1995년 당시처럼 보험적 금리인하(insurance cut) 필요성도 시사했다. Fed가 조기 금리 인사에 나설 경우 그간 9월로 예상됐던 Fed의 대차대조표 정상화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Fed는 지난 4월30일~5월1일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때만 해도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 인하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이후 5월 들어 기업 투자 약화, 신규 일자리 창출 둔화, 1%대에 그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등 일부 경기 악화 신호가 감지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Fed는 이날 성명서에서 '견고하다(solid)'고 봤던 미국 경기 성장에 대한 평가 역시 '완만하다(moderate)'고 낮췄다. Fed는 특히 기업 투자 약화, 신규 일자리 창출 둔화, 1%대에 머물고 있는 근원 PCE 물가 지수 등을 근거로 "경기 전망에 불확실성이 증가됐다"고 명시했다.


이같은 경기 전망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Fed는 대중국 무역갈등, 글로벌 경기 둔화를 꼽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성장과 무역에서 지속적인 글로벌 역류(cross-current)가 눈에 띄며,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ㆍ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경기 전망이 불확실해지자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의 전망도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Fed가 이례적으로 미ㆍ중 무역갈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미국 경제의 중요한 현안으로 언급한 것도 이같은 분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Fed는 이날 향후 금리 결정 시 참고 지표로 ▲노동시장 지표 ▲인플레이션 지표 ▲금융 환경 등을 거론하면서 국제 경제 상황(international developments)도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 인내심 대신 적절한 대응


이같은 경기 전망 변화는 그동안 금리 정책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었던 Fed가 확실한 비둘기 성향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기존 성명서에 포함됐던 '인내심(patient)' 표현을 빼고 '적절한 대응(act as appropriate)' 방침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Fed는 2015년 '제로(0) 금리' 정책 종료를 선언한 후 지금까지 9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에는 3ㆍ6ㆍ9ㆍ12월에 걸쳐 4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올해 초부터는 기존의 '점진적 추가 금리 인상'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인내심을 강조하며 동결 기조를 유지해왔다.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전개, 미미한 물가상승 압력에 비춰 향후 금리 목표 범위에 대한 조정을 고려할 때 인내심을 가지겠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Fed 안팎에서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파월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했다. 파월 의장은 "많은 FOMC 참석자들은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근거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파월 의장이 지난 4일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 "탄탄한 고용시장과 목표치 2% 안팎의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기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한 것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Fed 내부에서도 지난 4월30일~5월1일 개최된 FOMC에서와 정반대로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FOMC 내부 설문 조사로 작성돼 발표된 점도표에 따르면, 총 17명의 FOMC 구성원 중 절반에 가까운 8명이 올해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이중 7명은 연내 금리인하 폭을 0.50%, 1명은 0.25%로 점쳤다. 나머지 9명 중 8명은 현행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금리인상을 예상한 위원은 1명에 그쳤다. 단 한명도 금리인하를 점치지 않았던 지난 3월 FOMC때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당시 17명의 위원 중 11명은 동결을, 4명은 한차례 인상, 2명은 두차례 인상을 점쳤었다.


심지어 금리 결정에 투표권을 가진 10명의 FOMC 위원 가운데 9명이 동결에 투표한 가운데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제임스 블러드 총재가 유일하게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파월 의장의 취임 이후 FOMC의 결정에 반대표가 나온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정치적 중립성' 논란


Fed가 올해 1월 금리 인상에서 동결로 선회했고, 7월 금리 인하를 강력 시사했다는 점 등 결국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Fed가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 되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앞서 파월 의장은 저물가 현상 등을 이유로 "Fed가 경제를 망친다"며 꾸준히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 "정치적 독립을 지키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날도 그는 "법적으로 4년 임기가 보장된다.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교체 시도설 등에 대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파월 의장의 임기 사수 발언에 대해 "나에겐 Fed 의장을 교체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파월 의장을 끌어내릴 수 있지만 지금 그렇게 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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