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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창간특집 BK-빅초이 직설토크] ③ "요즘 야구, 눈길이 안가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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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고 출신 전 메이저리그 선수 김병현과 최희섭이 13일 광주 김병현이 개업한 햄버거집에서 스포츠서울창간 34주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짧고 굵은 메이저리그 전성기를 구가한 둘은 “유니폼을 벗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 언젠가는 한국 야구를 위해 힘을 보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현은 외식사업과 별개로 틈날 때마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으로 독특한 입담을 뽐내고 있다. 김병현보다 먼저 해설위원의 길로 들어선 최희섭은 최근 이유를 알 수 없는 컨디션 저하로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 그래도 이들의 시선은 늘 야구장으로 향해 있다. 파란만장한 메이저리그 생활보다 KBO리그, 나아가 한국 야구의 발전에 더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좋아서 시작했고 꿈의 무대를 호령하다 나락으로 떨어져보기도 한 전직 메이저리거들은 최근 야구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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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6 한국-미국 전 4회말 국가대표팀 야구선수 최희섭 3점 홈런.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성공과 실패, 결국은 타이밍 싸움?
이들이 활약해던 2000년대 초반, 멈출 것 같지 않던 ‘한국인 빅리거 열풍’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김병현도 보스턴과 콜로라도를 거쳐 짧은 전성기를 구가한 뒤 2007년 플로리다 유니폼을 끝으로 빅리그와 더이상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9년 동안 통산 394경기에서 54승 60패 86세이브 방어율 4.42의 성적표를 남겼다. 이후 일본프로야구 라쿠텐을 거쳐 넥센(현 키움), KIA에서 KBO리그를 경험했고 도미니카공화국과 호주에서 윈터리그를 소화하는 등 최근까지도 야구에 대한 열정을 풀지 못했다. 최희섭은 시카고 컵스와 플로리다, LA다저스 등에서 4시즌을 뛰었고 40홈런 120타점 타율 0.240을 기록한 뒤 2007년 고향팀인 KIA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이 메이저리그를 떠난 뒤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한국인 빅리거는 추신수(37·텍사스)의 약진을 시발점으로 류현진(32·LA다저스), 강정호(32·피츠버그), 최지만(28·탬파베이) 등이 명맥을 잇고 있다. 최희섭은 “수 많은 선수들이 경쟁하는 메이저리그는 결국 타이밍과 싸움이다. 지난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풀타임 빅리거로 입지를 다진 추신수는 신시내티로 트레이드 됐던 게 신의 한 수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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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국가대표팀 투수 막내인 김병현(가운데,야구선수)에게 메이저리그에서 배운 비법을 가르치고 있다. 주성노(왼쪽) 야구감독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클랜블랜드 간판 타자로 입지를 굳혀가던 추신수는 2013년 신시내티로 이적해 21홈런 20도루 타율 0.285로 빅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로 입지를 다졌다. 덕분에 텍사스와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고 아시아 빅리거 최초로 200홈런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희섭은 “그레이트 아메리칸볼파크는 타자들에게 아늑함을 주는 구장이다. 구장 규모도 작은 편인데다 조이 보토라는 단짝을 만나 (추)신수의 기량이 만개했다”고 설명했다. 클리블랜드에 계속 남아있었더라면 잭팟을 터트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김병현은 “류현진은 샅바싸움을 할줄 안다. 어찌보면 최근 메이저리그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싸움을 걸줄 알고, 상대의 반등에 따라 조절하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 강’ 일변도인 메이저리그 흐름에 수싸움과 제구, 완급조절을 기본으로 하는 동양식 전술이 블루오션을 개척한 토양이 됐다는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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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말 1사 1루에서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루카쉬위츠로부터 우월2점홈런을 때려내는 시카고 컴스 최희섭.(2003년) 타자와 투수 모두 홈런을 직감한 듯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숫자 아닌 행위, 야구의 본질을 사수해야
타이밍도 결국 준비된 자의 몫이다. 해설위원으로 그라운드 밖에서 야구를 보고 있는 둘은 “숫자에 매몰되는 세태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풀어내는 경기로는 저변이 얕은 한국야구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미다. 김병현은 “쉬는 동안 모교 후배들을 봐준적이 있다. 요즘 후배들은 개인성향도 강하고 야구의 본질을 간과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 아쉬웠다”고 말했다. 최희섭 역시 “공을 강하게 던지고 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원하는 공을 버릴줄도 알아야 하는데, 이런 얘기를 하면 이해를 못한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나온 얘기가 ‘샅바싸움’‘이다. 씨름 선수들은 서로의 샅바를 잡는 순간부터가 싸움의 시작이라고 한다. 상대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신체 밸런스는 어떤지 등을 무릎 꿇은 상태에서 어깨를 맞대고 잡은 샅바를 통해 감지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마운드에 서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부터가 싸움의 시작이다. 어떤 공을 노리는지, 타자의 성향은 어떤지 등이 마운드와 타석에서 마주하는 순간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볼배합을 해야하고, 풀스윙일지 콘택트일지, 밀어칠지 당겨칠지 등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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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월드시리즈를 결정짓는 순간 김병현(야구선수,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밀 러를 끌어 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김병현은 “160㎞짜리 공을 던지고, 이 공을 펜스 밖으로 넘기는 야구만 하면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없다. 처음에는 ‘우와‘하다가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흥미를 잃기 마련이다. 메이저리그의 관중수가 줄어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꼬집었다. 수비 시프트도 확률에 근거한 움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투수가 머릿속에 그린 그림을 구현하는데 방해요소가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지난 17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서 류현진이 6회초 1사 1, 3루 위기 때 윌슨 콘트레라스를 완벽한 2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적시타로 둔갑한 게 그 예다. 제구와 경기운영 능력을 갖춘 투수들은 상황에 따른 계획을 짜는데 오직 타자의 성향만 고려한 수비 시프트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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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고 출신 전 메이저리그 선수 김병현과 최희섭이 13일 광주 김병현이 개업한 햄버거집에서 스포츠서울창간 34주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김병현은 “캐치볼을 하는 선수들을 멀리서 살펴보면 눈길을 멈추게 하는 선수가 한 두 명뿐이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으니 아이들도 유튜브 같은 동영상 채널로 동경하는 선수의 영상만 본다. 많이 보는데 실행에 옮기지 않으니 야구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둘은 “야구 선수들은 야구가 좋아서 시작했다. 좋아서 하다보니 지치지 않고 30년 가까이 하는 것이다. 팬들도 숫자가 아닌 야구가 재미있어서 열광하시는 것 아닌가 싶다. 숫자가 아닌 선수의 행위에 집중하다보면 야구가 지루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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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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