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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안 사고 커피만 마셔요"...카페 들이는 패션매장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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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들이니 손님이 북적…사랑방으로 변신한 의류 매장
옷 사는 사람은 없어도 홍보효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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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준지 플래그십스토어를 찾은 고객들이 카페 밖 정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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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의류 판매를 결합한 매장이 늘고 있다. 단순히 쇼핑을 위한 공간이 아닌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만큼 예쁜 무엇)한 공간을 찾는 소비자를 위해 조성한 것으로, 일부 카페형 매장은 개점과 동시에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삼성물산(028260)패션부문의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근처에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를 개장하면서 스페셜티 커피 ‘펠트 커피’를 입점시켰다. 38㎡
(약 11평) 규모의 작은 카페지만 평일에도 일일 방문객이 300여 명에 달할 만큼 북적인다. 이 회사가 지난해 신사동 가로수길에 연 카페형 매장 메종키츠네도 주말 방문객이 1000명에 육박한다. 메종키츠네는 파리와 도쿄에 매장을 둔 프랑스 브랜드로, 카페족(族) 사이에선 도쿄 여행 시 블루보틀과 함께 꼭 들러야 할 카페로 꼽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준지 플래그십의 경우 디자이너 감성을 담은 복합문화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카페 공간을 마련했는데,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방문객의 절반은 카페를 먼저 들른 후 준지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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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가 펜디와 협업을 기념해 선보인 팝업 카페 ‘더 가든’의 메뉴는 SNS 인증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젠틀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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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남성복 시리즈와 에피그램은 각각 ‘시리즈코너’와 ‘올모스트홈’이라는 카페형 매장을 운영한다. 지난 3월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 문을 연 올모스트홈 카페는 한옥을 결합했다. 주말 하루 방문객이 200명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고객들에게 의식주를 제안하고자 카페형 매장을 기획했다. 앞으로도 고객과 소통하는 매개체로 다양한 공간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젠틀몬스터가 펜디와 협업해 만든 가로수길 카페 ‘더 가든’은 외국인 관광객도 찾는 명소로 부상했다. 내달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이 카페의 입구 정원에는 언제나 사진 찍는 사람으로 붐빈다. 특히 펜디가 개발한 이탈리아산 젤라토 아이스바와 젠틀몬스터 소속 파티시에가 개발한 독특한 모양의 디저트도가 인기다. 오후 늦은 시간에 찾으면 일부 메뉴가 품절되기 일쑤다.

이밖에도 도산공원 편집숍 퀸마마 마켓, 블랙야크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나우하우스 등이 카페형 매장으로 사람들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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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그램이 아트선재선터에서 운영하는 올모스트홈 카페. 카페 브랜드를 입점시키지 않고 본사가 직접 운영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에피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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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몰리면 옷도 잘 팔릴까? 실제로 카페형 매장을 방문한 손님이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5000원짜리 커피만 주문하고 인증 사진을 찍은 후 의류 판매장은 둘러보지 않은 채 나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의류 매장이 아닌 카페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준지 도산공원 플래그십스토어의 경우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해시태그를 살펴보면, #준지도산플래그십 보다 #펠트커피도산점 이 더 많이 검색된다. 이에 대해 패션업체 한 관계자는 "주객이 전도됐다. 입점 카페만 배 불리는 격"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패션업체들이 ‘옷도 안 팔리는’ 카페형 매장을 여는 이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기는 젊은 세대에게 카페가 오감(五感)을 만족시키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비싼 외식 매장과 달리, 커피 한 잔 값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디올·구찌·프라다·티파니 등 세계적인 명품도 이름을 건 카페를 운영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08년 청담동에 카페가 결합된 편집매장 10꼬르소꼬모를 열 때만 해도 생경해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다양한 문화를 함께 소비하는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는 사업 역량을 확대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가방 브랜드 메트로시티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미미미’라는 이름의 카페를 연 후, 국내에 들여와 외식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10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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