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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바이킹 시긴호 방면은 합법” 헝가리 경찰 해명 급급…여론은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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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돌 흔적 선명한 바이킹시긴호(5.30 KBS 촬영)



5월 30일.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침몰한 다음날 정오 무렵 취재팀은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촬영한 대상은 가해 선박으로 지목된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였다. 바이킹 시긴호는 사고 지점인 머르기트 다리에서 상류 쪽으로 몇백 미터 떨어진 선착장에 정박해 있었다. 선수 오른쪽 아래 부분엔 피해 선박의 페인트가 묻은 것인지, 원래의 페인트 칠 자국이 벗겨져 나간 건지 정확히 판단할 순 없지만 추돌의 흔적이 선명했다.

취재팀은 이때까지만 해도 이 촬영이 사고 모습을 간직한 바이킹 시긴호에 대한 마지막이자 유일한 촬영이 될 줄은 몰랐다. 이튿날 바이킹 시긴호가 예정된 운항 스케줄대로 독일 파사우로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고의 원인을 밝혀줄 유력한 증거물로서 당연히 경찰에 압류됐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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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경찰청 기자회견(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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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경찰 "바이킹 시긴호 방면은 합법…하자 없다"

6월 18일. 부다페스트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경찰청의 체치 쇼마 대변인은 사고 발생 이후 수사와 수색 과정을 설명하고, 특별히 수사와 관련해선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질문에 충실히 답변하겠다며 회견을 시작했다.

쇼마 대변인의 브리핑은 경찰이 바이킹 시긴호의 운항을 허용한 조치에 대해 해명을 하는 데에 상당 부분이 할애됐다. 쇼마 대변인은 사고 발생 직후 헝가리 경찰이 바이킹 시긴호에 승선해 8시간 동안 배 전체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조사과정에서 충돌 흔적을 포함해 5천 장 이상의 디지털 사진을 촬영했고, 무선과 항적 관련 기록 등 당시 확보한 전체 자료가 2테라바이트 정도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찰은 향후 조사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당시에 수집했기 때문에, 더 이상 바이킹 시긴호를 억류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선박을 잠시 억류하고 있다가 방면한 것은 "합법적이었고 전혀 하자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의 이런 설명은 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을 납득시키기에 불충분해 보였다. 대변인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바이킹 시긴호 방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첫 질문을 한 헝가리 언론사 기자는 바이킹 시긴호를 왜 보냈냐고 물으며, 정부 쪽 지시가 있었는지 따져 물었다. 다른 헝가리 기자는 헤블레아니호와 바이킹 시긴호 둘 다 조사했는데, 피해 선박인 허블레아니호만 보관해 조사 중이고 바이킹 시긴호는 자유롭게 운항 중인 점을 지적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쇼마 대변인은 선박에 대한 필요한 조사는 다 마쳤기 때문에 압수하거나 억류할 이유를 전혀 찾지 못했다는 대답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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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져르 죄르지 허블레아니호 선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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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레아니호 선장 변호사 "바이킹 시긴호는 강력한 증거물…압수해야"

헝가리 경찰의 바이킹 시긴호 방면에 대해선 처음부터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허블레아니호의 헝가리인 선장과 선원의 변호사인 머져르 죄르지 씨가 이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했다. 머져르 변호사는 헝가리 방송에 출연해 바이킹 시긴호를 흉기인 망치에 비유하며, 형사사건의 강력한 증거물을 압수하지 않은 경찰 당국의 조치를 거세게 비난했다.

머져르 변호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도 경찰의 조치를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머져르 변호사는 볼펜을 들고 기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 볼펜을 칼이라 가정하고, 내가 당신을 찌르고 도망가면 칼이 남고 칼에 흔적이 남는다. 바이킹 시긴호가 증명의 수단이다. 다른 곳으로 보내면 안된다. 바이킹 시긴호를 들어올려서 전문가들이 컴퓨터와 광학장비 등 측정도구를 활용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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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 티메아 야당 교섭단체 대표(좌), 빅토르 오르반 총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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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언론, 정부-바이킹 선사 유착의혹 제기

6월 17일. 헝가리 국회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됐다. 서보 티메아 야당 교섭단체 대표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향해 날을 세웠다. 서보 대표는 "누가 바이킹 시긴호를 헝가리를 벗어나 계속 항해하도록 허용했는가? 누가 물적 증거를 훼손하도록 내버려 뒀는가?"라고 몰아부쳤다. 오르반 총리는 "당국에 모든 측면에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지만 서보 대표는 "부끄러워 하시라!"며 총리를 다그쳤다.

서보 대표는 이어 "바이킹 시긴호의 스위스 선사와 헝가리 정부가 다뉴브강 선착장 지분을 공동 소유하고 있어 수익을 반반씩 나누고 있다"며 "당신 딸 오르반 라헬이 관장하고 있는 헝가리 관광청이 바이킹 선사에 이익을 보장하고 있다. 수십 억 포린트에 이르는 수익이 지분 구조가 통제되지 않은 채 바이킹 선사에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들도 헝가리 정부와 바이킹 선사의 유착 의혹을 연일 보도했다. 다뉴브강의 핵심 선착장 70여 곳을 보유한 회사 '머허르트 패스네이브'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헝가리 정부와 관광청, 가해 선사인 바이킹 크루즈의 헝가리 지사가 공동 소유주로 돼 있다. 헝가리 언론은 머허르트의 지분 중 51%를 정부와 관광청이, 49%를 바이킹 크루즈 선사의 지사가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와 크루즈 선사의 긴밀한 관계 덕분에 바이킹 시긴호 방면이 가능했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경찰, "수사 중 말할 수 없어" 되풀이

18일 기자회견에서 부다페스트 경찰은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밤 수상 경찰이 바이킹 시긴호에 올라 우크라이나인 선장을 조사했다고 공개했다. 쇼마 대변인은 선장을 조사했을 때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한 상태는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쇼마 대변인에게 "선장에 대한 1차 조사 당시, 선장이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고 언제 인지했으며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무슨 진술을 했는지" 질문했으나, 대변인은 수사과정에 있다는 이유로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킹 시긴호 현장 조사에서 발견한 증거물이나 사고 직후 선장의 상황 등 핵심 부분에 대한 다른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경찰 대변인은 '수사 중'이라는 말로 피해 나갔다.

쇼마 대변인은 이번 유람선 침몰사고는 부다페스트 경찰청이 독점적으로 전담해서 수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부다페스트 경찰이 책임을 갖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일단 20여 명의 우리 국민이 희생됐지만, 외국에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우리가 헝가리 측 수사에 관여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우리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

허블레아니호가 인양됐을 당시에도 처음엔 우리 대원들의 선체 수색이 허락되지 않았다. 한국 대원들이 수사 목적으로 선체에 들어가는 것을 헝가리 경찰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실종자 수색 목적으로만 진입이 허가됐고, 우리는 공동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뒤에야 선체에 들어갈 수 있었다.

KBS

재개된 다뉴브강 야경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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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강 위에 여전히 유람선은 떠다니고…

베를린지국에서 근무하는 기자는 사고 다음날부터 9일 간 사고 현장을 취재한 뒤 복귀했다가 18일에 다시 부다페스트에 들어왔다. 허블레아니호 인양 전 머르기트 다리 밑에서 분주하게 작업 중이던 인력과 장비들은 모두 사라졌고, 현장엔 침몰 지점을 표시하는 부표만 남았다.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애도하는 정성을 모아 현장 주변에 놓은 꽃들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머르기트 다리 위에 걸렸던 조기도 그사이 걷혔고 페스티발을 알리는 깃발이 대신 걸렸다.

밤이 되자 야경을 관람하는 유람선들도 보였다. 소형 유람선들이 머르기트 다리 밑 사고 지점을 유유히 지나고 있었다. 부다페스트의 대표적인 야경 건물인 국회의사당과 부다페스트성, 어부의 요새 등이 환한 조명을 받아 저만치에서 빛나고 있었다. 희생자들의 가슴에 남은 마지막 추억의 장면들일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또다시 먹먹해진다.

유광석 기자 (ksy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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