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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재혁 "낮잠 자면서, 와인 마시면서 클래식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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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겸 지휘자

‘앙상블 블랭크’ 서울 공연

뉴시스

ⓒE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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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공연장 객석에 2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기가 불편하잖아요. 저 역시 싫은데 청중들도 마찬가지겠죠. 스위스 제네바의 학교 체육관에서 청중이 깔린 매트리스에 편히 앉아 졸기도 하면서 듣는 음악회를 본 적이 있는데 저도 그런 공연을 한국에서 하고 싶더라고요.”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25)은 국내 현대음악계 ‘앙팡 테리블’이다. 그가 주축이 된 현대음악 연주단체 ‘앙상블블랭크’가 증명한다. 22일 서울 서초동 부띠크모나코에서 ‘앙상블블랭크 2019 서울 공연’을 펼친다. 이날 오후 3시 공연은 ‘낮잠 공연’, 오후 7시30분 공연은 ‘와인과 함께하는 저녁 공연’이다.

‘낮잠 공연’에서는 미국 아방가르드 작곡가 모튼 펠드먼의 ‘크리플드 시머트리 포 플루트, 퍼커션 & 피아노(Crippled Symmetry for Flute, Percussion and Piano)’를 연주한다. 청중은 소파에서 졸거나, 누워서 낮잠을 자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와인과 함께 하는 저녁 공연’은 말 그대로 와인과 핑거 푸드를 곁들이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파티 같은 분위기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쇤베르크 ‘달에 홀린 피에로’, 최재혁 ‘셀프 인 마인드 II’, 메시앙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를 연주한다. ‘셀프 인 마인드 II’는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마이미스트 왕성훈이 ‘달에 홀린 피에로’에서 다양한 표정 연기로 힘을 싣는다.

2015년 결성된 앙상블블랭크는 최재혁을 중심으로 그의 줄리아드 음대 친구들이 뭉쳤다. 피아니스트 정다현(29), 플루티스트 류지원(26), 퍼커셔니스트 이원석(25) 등이 고정 멤버다. 프로젝트에 따라 팀원을 확장한다. 이번 공연은 전석 무료인데 이들 역시 노 개런티로 참여할 정도로 현대음악을 널리 알리는데 애정이 깊다.

진지함으로 20세기와 21세기 그리고 현존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구하고 초연하는 동시에 청중과 어떻게 하면 쉽게 호흡할까, 고민하는 젊은 세대 음악가들이다.

이번 공연 기획부터 음악감독까지 맡은 최재혁은 “현대음악이 객석에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고민하고 있어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음악의 다채로운 매력을 전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줄리아드 음악원 작곡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최재혁은 2017년 제72회 스위스 제네바국제콩쿠르에서 클라리넷 작품 '녹턴 3번'으로 작곡 부문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 받았다.

클래식음악, 특히 실내악의 대중화에 기여한 젊은 음악 축제 ‘디토 페스티벌’도 최재혁을 주목하고 있다. 28일 예술의전당 IBK체임버홀에서 최재혁의 작품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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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인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1)은 “놀라운 재능을 지닌 작곡가”라며 최재혁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재혁은 “디토 페스티벌의 세 파트 중 하나가 저의 곡으로 꾸며지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그의 곡은 총 3곡이 연주된다. 애초는 바이올린곡이지만 용재 오닐을 위해 비올라곡으로 편곡한 ‘셀프 인 마인드 1’, 제임스 김을 위해 작곡한 ‘셀프 인 마인드 3’, 앙상블을 위한 ‘더스트 오브 라이트’를 초연하기 때문이다.

‘빛의 파편’ 또는 ‘빛의 먼지’로 해석될 수 있는 이 곡은 소리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습적인 생각에 종언을 고한다. 중력을 벗어나려고 하는 소리의 실험을 만끽할 수 있다.

“클래식은 대중음악이 아니잖아요. 목적의 1순위가 대중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죠. 미국의 현대음악 특징은 직접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즉각적인 반응도 좋지만, 음악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한 유럽음악이 생각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죠. 공부를 계속해나가며 연구를 해야죠.”

최재혁은 최근에는 지휘자로도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스위스 루체른 콘서트홀 KKL에서 열린 슈토크하우젠의 '그루펜' 공연에서 거장 지휘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최재혁을 비롯, 지휘자 3명이 한 무대에서 오케스트라 3팀을 지휘한 대곡이다. 영국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사이먼 래틀 음악감독, 영국 작곡가 덩컨 워드와 함께했다.

지난 4월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해설음악회 '클래식 음악! 문학에 취하다'를 통해 지휘자로 국내 무대에 데뷔하기도 했다. 단원들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최재혁은 반듯하게 예의를 차리며, 겸손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공연을 이끌어 호평을 들었다.

그는 오케스트라 대표적인 두 가지 리더십을 두 지휘자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작곡가와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 강력한 군주 같은 카리스마를 뽐내는 카라얀, 오케스트라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음악을 이끌어내는 아바도.

작곡가이면서 지휘자인 최재혁은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까. “음악을 조각해낸다”고 말하는 등 시각적인 상상력을 강조하는 그는 “악보가 그대로 구현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최재혁의 미래에는 아직 블랭크, 즉 빈칸이 더 많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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