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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치마 입고 출근해" "신입 사원 들어오면 춤과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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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직장 내 성희롱 백태

신고된 것만 1년 간 717건

고용부, 신고센터 운영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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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익명 신고를 받은 결과 직장 내 성희롱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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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치마를 입고 출근해라."

"화장은 진하게 하라."

"이봐~! 신입 남성 사원이 들어오면 노래와 춤으로 환영해야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직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성희롱이 1년(2018년 3월 8일~2019년 3월 7일) 동안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 센터'에 접수된 것만 717건이었다. 한 달 평균 60건, 하루 평균 2건이다.

"근로자의 수치심 심각했을 신고 사례들"
고용부 관계자는 "신고된 게 이 정도이지, 성희롱을 당하고도 그냥 참고 넘긴 것을 합치면 얼마나 많을지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접수된 성희롱 사례를 보면 근로자가 당했을 수치심이 얼마나 심각했을지 짐작이 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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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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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상사 호칭은 '오빠', 퇴근 후에 사적 만남 강요
직장 내 상사에 대한 호칭을 '오빠'로 하고, 이를 강요한 경우도 있었다. 퇴근 후엔 업무 외 만남을 강요하는 추태로 이어졌다. 엉덩이를 만지는 등 불쾌한 신체접촉까지 일삼았다. 문제를 제기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참다 못한 근로자가 회사에 신고하고 하소연도 했지만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했다. 상사로부터 오히려 괴롭힘을 당했다. 결국 피해자는 퇴사했다. 고용부가 근로감독에 들어가자 그제서야 가해자를 징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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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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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와 회식 땐 반드시 여직원 참석 강요
거래처와 회식 약속을 잡으면 반드시 여직원을 동석케하는 회사도 있었다. 분위기를 좋게 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회식 자리에선 어김없이 성적 발언이 난무했다. 신체 접촉은 다반사다.

심지어 이런 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피해를 입은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의 이미지 실추를 징계사유로 들었다.

어느 회사에선 사업주의 친인척이 무소불위의 성희롱을 일삼기도 했다. 회사는 친인척을 감싸느라 피해자의 충격은 안중에 없었다.

동성 부하 샤워 장면 찍어 사내 메신저에 올리기도
동성 간의 성희롱도 신고센터에 접수됐다. 평소 '남자끼리'라는 말로 음담패설을 일삼던 상사가 출장지에서 공동 샤워실을 이용하다 함께 간 부하직원의 신체를 찍었다. 대담하게도 상사는 업무용 메신저에 이 사진을 올렸다. 이외에도 음란한 메시지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리는 일이 많았다,

이런 성희롱은 민간부문에 만연했다. 전체 신고 건수 중 91.8%가 민간 기업에서 발생했다. 공공부문에선 58건(8.2%)이었다.

행위자의 54.2%가 남성이었다. 여성도 6.5%였다. 익명 신고의 특성상 성별을 확인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대개는 고용부가 현재 조사하고 있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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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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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권 가진 대표이사가 성희롱 다반사…하소연할 곳 없어
성희롱 가해자는 대부분 상위 직급의 상사이거나 임원(52.4%)이었다. 대표이사도 27.1%나 됐다. 인사권과 징계 권한을 가진 대표이사가 성희롱을 하면 사내에 신고할 곳이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부 신고 센터를 이용하면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업무시간에 발생한 경우가 60.8%로 가장 많았고, 회식이나 공동연수(워크숍) 24.4%, 휴일이나 퇴근 후가 11.2%였다.

머리카락이나 손, 엉덩이, 어깨 등을 만지는 신체접촉과 추행이 48.5%나 됐다. 성적 농담이나 음담패설로 피해자에게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준 경우도 42%였다.

성희롱 피해자 넷 중 한 명은 참고 넘겨
이런 일을 당하고 회사 내 고충처리 기구나 인사팀 등에 신고한 경우는 30%였다. 가해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거나 항의한 경우도 27.9%였다. 그러나 아무 대응을 하지 않고 꾹 참은 근로자도 25.6%에 달했다.

신고를 받은 회사가 조사에 나선 경우는 17.5%에 불과했다. 조사해도 가해자를 징계한 경우는 8.8%에 그쳤다. 징계와 같은 조치 없이 사건을 무마한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와 같은 부서에 배치하는 어이없는 조치를 한 경우도 6.7%였다. 해고(6.3%)하거나 사직을 종용(5.5%)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용부는 신고가 접수된 기업에 대한 조사를 벌여 피해자를 해고한 사업주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 사업장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조치했다. 신고된 146건은 피해자가 신고를 취하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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