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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 1분이면 웃길 수 있다… '장난 카메라'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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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들에 장난 걸고 반응 보는 한때 TV서 인기 있던 예능 장르, 유튜브서 일반인·개그맨 등 운영

구독자 10만명 넘는 채널만 7개… '수상한 녀석들'은 100만명 눈앞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무뚝뚝한 표정을 활짝 웃게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분. 길가에 서 있던 눈사람이 갑자기 움직이고, 해괴한 모양의 나무가 행인에게 팔을 뻗어 깜짝 놀라게 한다. 대형 마트 직원은 프라이팬을 고르는 손님에게 다가가 "남편과 싸울 때 (프라이팬이) 최고!"라며 추천한다. 사람들은 처음엔 깜짝 놀라다가 이내 장난임을 알고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장난을 걸고 그 반응을 보는 '깜짝카메라' 콘텐츠가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1~2년 새 관련 채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구독자 10만명을 넘긴 채널만 7개에 달한다. 해외에서 '프랭크(prank·장난) 카메라'로 불리는 유튜브 제작자들을 서울 강남역이나 홍대입구 등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대학강사부터 공채 개그맨까지 도전

깜짝카메라는 한때 TV에서 히트 친 예능 장르다. 1990년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개그맨 이경규가 진행하던 '몰래카메라'가 원조. 주로 연예인들을 '희생양' 삼아 시청률이 70%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SBS '꾸러기 카메라' '스타 이런 모습 처음이야' 등 유사 프로그램이 나오며 2000년대 초반까지 한시대를 풍미했다.

조선일보

깜짝카메라 유튜브 채널 ‘수상한 녀석들’을 운영하는 이효준(왼쪽)씨와 오영우씨는 “우리는 누구나 가진 ‘장난치고 싶은 욕구’를 대리 만족시켜주는 것”이라며 장난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작은 사진은‘수상한 녀석들’의 이효준(오른쪽)씨가 수풀로 분장한 채 지나가는 시민에게 팔을 뻗어 놀라게 하는 모습. /이태경 기자·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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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사라진 이 몰래카메라가 유튜브에서 부활했다. 2016년 9월 개설한 '수상한 녀석들'은 모르는 사람한테 아는 척하거나 거미 모양 장난감으로 놀라게 하는 등의 단순한 장난으로 3년 만에 1억5000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CJ ENM의 1인 창작자 지원 사업 파트너로 선정됐고, 현재 구독자 1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엔 SBS 개그맨들이 운영하는 '배꼽빌라' '동네놈들', KBS 출신들이 만든 '구공탄' 등 지상파 개그맨 출신들까지 뛰어드는 등 30여개 채널이 경쟁하고 있다.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다. '수상한 녀석들' 오영우(가명·28)씨는 "길에서 만난 한 종교 단체 포교원을 따라가서 벌어지는 일을 방송으로 내보낸 뒤 자꾸 협박 전화가 걸려와 가명을 쓰고 있다"고 했다. '수상한 녀석들'의 맏형 이효준(33)씨는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영상 편집을 강의하는 실력파. 동시에 아역 배우 출신의 '연기파'이기도 하다. 이씨는 "3분짜리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2주일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보기보다 손이 많이 가는 콘텐츠"라고 했다.

"자극적인 소재는 피해야"

사전 예고 없이 촬영하다 보니 시민들을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관련 유튜브 채널이 많아지면서 점점 자극적인 소재가 많아지는 것도 문제. 실제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는 '프랭크 영상을 보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는 의견도 종종 올라온다. '아무리 장난이지만 당하는 입장은 생각 안 하느냐' '기분 나쁘게 해놓고 몰래카메라였습니다 하는 건 무책임하다' 등의 지적이다.

제작자들은 상대방을 무섭게 하거나 화나게 하는 콘텐츠보다 '재밌고 신기한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오씨는 "선량한 시민을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영상은 절대 찍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예컨대 해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돈을 길바닥에 놔두고 가져가는지 지켜보는 식의 '실험 카메라'는 찍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장황한 이야기 전개 없이 짧은 순간에 웃음을 줄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유튜브와 매우 잘 어울리는 소재지만,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했다.





[구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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