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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우럭과 새우, 바닷속 첩보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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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노르웨이 북쪽의 잉고야섬 앞바다에서 흰돌고래 한 마리가 어선 주위를 맴도는 것을 어부들이 발견했다. 돌고래의 머리에는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는 목줄이 감겨 있었다. 목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전문가들은 흰고래가 등장한 잉고야섬에서 남동쪽으로 415㎞ 떨어진 러시아 무르만스크에는 러시아 북방 함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훈련받은 스파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군대에서 활약하는 해양 생물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하던 전투나 정찰 활동을 돌고래나 물개를 훈련시켜 대신하는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해양 생물의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정찰·감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 대상도 포유류, 어류에서 갑각류, 미생물로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 2월 해양 동물을 활용해 적군의 잠수함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속적인 해양 생물 감지기(PALS)'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5개 연구팀에 총 4500만달러(500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류·새우의 소리로 잠수함 탐지

잠수함 탐지에 해양 생물을 이용하면 먼저 적에게 감지될 염려가 없다. 원래 바다에 살던 생물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 개발되는 기술은 바다 생물의 특성을 그대로 활용해 별도로 동물을 훈련시킬 필요가 없다. 덕분에 동물보호 관련 논란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DARPA는 "멸종위기종이나 돌고래나 고래 같은 지능을 갖춘 해양 동물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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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해양 생물들의 소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물고기는 위험에 노출되면 소리를 내는 습성이 있다. 최대 길이 2.5m까지 자라는 거대 어종인 골리앗그루퍼가 대표적이다. 미국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의 하버브랜치 해양학연구소는 골리앗그루퍼의 소리를 기록해 연구하고 있다. 골리앗그루퍼는 부레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데, 약 60헤르츠의 낮은 주파수다. 산란할 때뿐 아니라 다른 종들과 싸울 때, 잠수부들이 접근할 때 이런 소리를 낸다. 연구진은 골리앗그루퍼가 커다란 적을 맞닥뜨렸을 때 내는 소리와 동료 옆에서 내는 소리의 차이점을 찾으려고 한다. 이 문제가 풀리면, 소리를 탐지하는 장비를 그루퍼의 서식지 곳곳에 설치해두는 것만으로도 바닷속에서 잠수함 등의 움직임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딱총새우의 소리도 음파 탐지기로 이용될 수 있다. 딱총새우는 집게발을 부딪쳐 소리를 낸다. 가까운 거리에서 200데시벨 정도의 꽤 큰 소음이 발생한다. 방산업체 레이시언 산하 연구소인 BBN 테크놀로지스는 집게발 소리가 주변 물체에 반사돼서 나오는 소리를 통해 물체의 크기, 모양, 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마치 박쥐가 초음파를 내고 반사파로 장애물을 감지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해양 생물의 행동 변화로도 적군 확인

검정바다우럭은 큰 소리를 들으면 겁을 먹고 바다 밑바닥으로 잠수하는 특성이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환경과학센터는 이 물고기에 수심(水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하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계획이다. 검정바다우럭의 움직임을 통해 바다 위나 수중에 물체가 지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생물도 활용될 수 있다. 연안에 사는 단세포생물인 야광충(夜光蟲)은 이름 그대로 밤에 빛을 낸다. 세포질 속에 여러 개의 발광성 알갱이가 있어 파도 등 물리적인 외부 자극이 가해지면 빛을 낸다. 미국 방산업체 노스롭그루먼은 공중에서 바닷가의 야광충들이 내는 빛을 찍고 이를 인공지능에 기계학습시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야광충을 적군의 침입을 알리는 경고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해군연구소도 자기장에 따라 움직이고 반응하는 미생물을 이용해 잠수함을 탐지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유지한 기자(jhy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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