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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목선 노크 귀순, 삼척항 내려 “휴대폰 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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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승선, 동해서 나흘 귀순 대기

해상초계기 4㎞ 접근하고도 놓쳐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항에 들어왔던 북한 목선은 앞서 12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나흘간 우리 해역을 돌아다녔는데도 군 당국과 해경은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군 침투부대도 아닌 민간인 선원 4명이 탄 목선 한 척에 동해안의 군사 방어선이 뚫리면서 군과 당국에 기강해이가 심각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북한 목선의 선원 4명은 합동신문에서 “8일 함경북도 경성군 집삼포구에서 출항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타고 온 목선은 길이 10m, 폭 2.5m, 높이 1.5m에 무게 1.8t으로 28마력의 엔진을 달았다. 이들은 동해 NLL 북쪽의 북한 어선단에 합류한 뒤 11~12일 오징어잡이를 하다가 12일 오후 9시 NLL을 넘어 내려왔다. 이어 13일 오전 6시 울릉도 동북쪽 56㎞까지 다가간 뒤 같은 날 오후 8시 기상악화로 잠시 표류했다. 이후 강원도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린 이들은 14일 오후 9시 삼척항 동쪽 4~6㎞ 떨어진 곳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했다. 한밤중 입항하면 한국군이 대응 사격할 수 있다고 우려한 때문이다. 이때 육군 레이더상에 북한 목선은 미세한 표적으로 포착됐지만, 군 당국은 파도가 높아 일어난 반사파로 여기고 넘어갔다.

“북한 선원, 탈북한 서울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고 했다”

15일 날이 샌 뒤 엔진을 다시 가동한 이들은 오전 6시22분 삼척항 방파제 부두 끝자락에 배를 대고 정박했다. 입항 과정을 해양수산청과 해양경찰이 CCTV로 지켜봤지만, 북한 목선인 사실을 몰랐다. 앞서 오전 6시15분엔 삼척항 인근의 해안선 감시용 지능형 영상감시체계가 북한 선박을 잡아냈지만, 군 당국은 우리 어선으로 판단했다. 목선의 이동 단계마다 감시 체계가 뚫린 셈이다.

이들의 귀순을 최초 파악해 112 신고를 한 건 현지 주민이었다. 방파제 주변을 산책하던 주민이 오전 6시50분쯤 얼룩무늬 전투복과 인민복 차림의 선원 2명을 발견했다. 다른 두 명은 작업복 차림이었다. 북한 선원 중 한 명은 주민에게 “북한에서 왔다”며 “탈북해 서울에 사는 이모에게 전화를 하고 싶으니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오징어잡이를 하는 북한 어선이 NLL 주변에 많아져 동해 해상경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평소보다 경비함과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를 더 많이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은 북한 목선을 파악하지 못한 게 됐다.

정부 소식통은 또 “북한 목선 선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항로를 조사한 결과 해상초계기인 P-3가 목선의 4㎞까지 접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북한 목선을 봤는데도 그냥 지나쳤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해군 해상초계기인 P-3는 고배율 광학장비로 멀리 떨어져 있는 물속의 적 잠수함에서 나온 잠망경을 식별한다. 그러나 북한 선원 진술로 보면 물 위에 떠 있는 목선은 놓쳤다.

군 관계자는 “해안 경계작전 관계관(육군 23사단장)과 해상 경계작전 관계관(해군 1함대 사령관)의 책임 여부를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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