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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정부 “한·일 기업 출연금으로 징용 위자료”…일본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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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 첫 해법 내놔

외교부 “대법 판결 존중한 제안”

일본서 거부의사 밝혔는데 발표

고노 “한국 노력은 고맙게 생각”

중앙일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러시아 방문을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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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정부가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19일 제안했다.

이를 위해 한·일 청구권협정 3조1항에 근거한 외교 협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리고 일본이 반발한 뒤 한국 정부가 낸 첫 제안이다. 하지만 일본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확정판결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해당액을 지급함으로써 당사자들 간의 화해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이러한 방안을 수용할 경우 일본 정부가 요청했던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 1항 (외교) 협의 절차 수용을 검토할 용의가 있으며 이런 입장을 최근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외무성의 오스가 다케시(大菅岳史) 보도관(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 제안은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는 것도 아니고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며 “한국 측에도 이런 (거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스가 보도관은 이날 ‘일본의 거부 입장을 언제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사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도 기자들에게 “국제법 위반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므로 일본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혀 한국 정부에 수용 불가 입장을 알렸음을 밝혔다.

이 같은 일본 측 반응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이 이미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관련 제안을 그대로 발표한 셈이 된다. 일본 측 소식통은 “이런 식으로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은 상당히 당황스럽다”며 “양국 관계는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지난 주말 일본을 비공개 방문해 해당 제안을 전달했다는 얘기가 외교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 내에선 통상적인 외교 통로와는 별도로 지난 15일 서울에서 이낙연 총리를 만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직접 전달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 방안에 대해 한·일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한국은 대법원 판결을, 일본은 한·일 청구권협정을 논리로 삼고 있어서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합리적 제안”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재판 결과에 관여할 수 없으니 일본 기업과 한국 측 피해자들이 화해의 형식을 취하는 모양새가 현실적이라는 논리다. 반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문제는 이미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일본 정부는 ‘자발적 출연금’ 역시 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여긴다. 정부의 제안을 일본이 거부하며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악재가 만들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약 7개월 만에 첫 공식 입장을 낸 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은 “우선 제안이라도 했다는 측면에서 당면 과제에 대한 방관자가 아님을 보여준 것은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노 외무상도 “한국 측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해 주는 것은 매우 고맙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서울=전수진·이유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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