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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류현진의 활약이 플루크가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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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류현진(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류현진이 아닌 맥스 슈어저가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의 선두 주자여야 한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지역 매체 <워싱턴 포스트> 닐 그린버그가 쓴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1. 현재 슈어저는 284탈삼진 페이스로 류현진보다 약 139개가량 앞서 있고

2. 류현진은 등판마다 평균 5.7점을 지원받지만 슈어저는 3.8점을 지원받는 데 그치고 있으며

3. 다저스와 워싱턴의 수비력 차이도 크다(DRS 다저스 +58점 워싱턴 -38점)

4. 이같은 수비력 차이는 류현진의 BABIP(인플레이된 공이 안타가 되는 비율)가 .258인 반면, 슈어저의 BABIP는 .338인 원인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5. 실제로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을 보면 슈어저는 현재 평균자책 2.81보다 낮은 2.27이고, 류현진은 현재 평균자책 1.26보다 높은 2.52이다.

6. 이를 고려했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슈어저의 평균자책은 낮아지고, 류현진의 평균자책은 높아질 것이다.

7. 최근 사이영상 경쟁에선 평균자책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8. 따라서 워싱턴의 에이스(슈어저)의 수상 가능성이 더 크다.

기사를 쓴 매체가 '워싱턴' 포스트라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사실 현지에서 세이버메트릭스 지표인 BABIP와 FIP를 활용한 이런 식의 분석은 흔하게 이루어진다. 또한, 글에서 다룬 다저스와 워싱턴의 공격력과 수비력 차이는 분명히 류현진과 슈어저의 다승·평균자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슈어저가 사이영상을 받을 확률이 더 높다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과거의 사례를 봤을 때 탈삼진이 사이영상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균자책 1.26과 2.81을 뒤집을만한 변수는 되지 못한다. 둘째, 올 시즌 류현진이 더 많은 득점 지원을 받고 있고 그것이 더 많은 승수로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10승 9패를 거둔 제이콥 디그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어차피 다승이 사이영상 투표에서 지닌 의미는 이미 퇴색된 지 오래다.

2019시즌 류현진 VS 슈어저

다승: 9승(1위) VS 5승(21위)

이닝: 93.0이닝(7위) VS 99.1이닝(2위)

탈삼진: 85개(17위) VS 136개(1위)

평균자책: 1.26(1위) VS 2.81(6위)

FIP : 2.51(2위) VS 2.26(1위)

삼진/볼넷: 17.00(1위) VS 6.80(2위)

WHIP: 0.82(1위) VS 1.08(8위)

fWAR: 3.1승(2위) VS 3.8승(1위)

bWAR: 3.7승(2위) VS 3.8승(1위)

워싱턴 포스트도 지적했듯이 결국 사이영상의 향방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지표는 평균자책이다. 그런데 워싱턴 포스트가 지적한 BABIP와 FIP는 시간이 지날수록 슈어저의 평균자책은 낮아지고, 류현진의 평균자책은 높아질 것이란 근거가 되지 못한다. 우선 현재 류현진의 BABIP가 낮은 이유가 다저스의 수비력이 좋아서이고, 슈어저의 BABIP가 높은 이유가 워싱턴의 수비력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쳐보자.

그렇다고 치더라도 다저스의 수비력이 앞으로 망가지고, 워싱턴의 수비력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류현진과 슈어저의 BABIP는 시즌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류현진과 슈어저의 평균자책 차이가 두 팀의 수비력 때문이라면 시간이 지나더라도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세이버메트리션들이 글을 쓸 때, 가끔 이런 논리적인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시즌이 끝날 무렵이면(표본 크기가 커지면) 모든 투수들의 BABIP(인플레이된 타구가 안타가 되는 비율)이 리그 평균인 3할에 수렴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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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슈어저(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2001년 세이버메트리션 보로스 맥크라켄이 제시한 DIPS 이론(일단 공이 인플레이되면 그것이 안타가 되는 것은 투수의 능력과는 무관하다는 이론)은 오랫동안 팽배해있던 야구계의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고, 이는 BABIP와 FIP라는 지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DIPS 이론이 '대체로는 맞는 말'인 것과 별개로 인플레이된 공이 안타가 되는 것이 오직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세이버메트리션 탐 탱고와 에릭 앨런, 어빈 수의 회귀 분석에 따르면 인플레이된 타구는 운 44%, 투수 28%, 수비 17%, 구장 11%의 영향을 받는다. 즉, BABIP에 운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좋은 수비'와 '투수의 타구 질 억제'에 따라서 투수 별로 BABIP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2015년 <스탯캐스트>의 등장을 통해 우리는 투수가 허용한 타구의 질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류현진은 85.5마일(137.6km/h)로 200번 이상 인플레이 타구를 허용한 투수 가운데 5번째로 낮은 평균 타구속도를 기록 중이다. 한편, 류현진은 5.1°로 같은 기준에서 8번째로 낮은 평균 발사각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슈어저의 평균 타구속도는 88.5마일(142.4km/h)로 류현진보다 3마일이 더 빠를 뿐만 아니라, 평균 발사각도 역시 12.4°로 류현진에 비해 인플레이된 공이 안타가 되는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2019시즌 류현진과 슈어저의 타구 질

류현진: 타구속도 85.5마일 발사각도 5.1° Hard 36.6%

슈어저: 타구속도 88.5마일 발사각도 12.4° Hard 39.3%

즉, 허용한 타구의 질만 놓고 보더라도 류현진은 슈어저보다 낮은 BABIP를 기록하는 것이 정상이다. 여기에 다저스의 수비력을 고려한다면 류현진이 현재 기록 중인 BABIP .256은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로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류현진보다 낮은 BABIP를 기록 중인 투수는 10명이 있으며, 그 중에서 두 명은 다저스 소속인 마에다 켄타(BABIP .238)와 워커 뷸러(BABIP .255)다.

한편, FIP 역시 '인플레이된 공이 안타가 되는 것을 투수가 통제하기 어렵다(=DIPS 이론)'는 전제하에 삼진·볼넷·피홈런을 가지고 구하는 지표다. 따라서 인플레이 상황을 배제한 투수 고유의 능력을 측정하는데 있어, 매우 유용한 지표이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투수가 인플레이 타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진 이상 FIP 하나만으로 투수의 모든 능력을 파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류현진이 지금까지 1.26이라는 압도적인 평균자책을 기록하고 있는데 일정 부분 다저스 수비의 도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BABIP와 FIP는 시즌이 지날수록 슈어저의 평균자책이 낮아지고, 반대로 류현진의 평균자책이 높아질 것이란 근거가 되지 못한다. 타구 질과 다저스 수비를 고려했을 때 류현진은 적정 수준의 BABIP를 기록하고 있으며, 어쩌면 시즌 끝까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워싱턴 포스트의 말대로 최근 사이영 경쟁에서 평균자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시즌이 끝날 시점에도 류현진이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슈어저에게 앞서 있을 확률이 더 높다.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슈어저는 번트 훈련 도중 타구에 얼굴을 맞아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슈어저의 선발 등판 취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부디 두 선수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이 부상에 방해받지 않기를 바란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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